유수한 기업의 최고경영자에게 "그는 골퍼야, 아주 잘 친대"하는 말은
칭찬인가, 아니면 일을 등한시 한다는 뜻인가.

골프 잘치는게 자랑일 것 같은 미국에서도 이런 논쟁은 끊이지 않는다.

미국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지가 최근 미국의 50대기업(매출기준)의 최고
경영자를 대상으로한 설문조사는 이런 분위기를 실감나게 전해준다.

설문결과 골프를 분명히 안친다고 답한 최고경영자는 17명.

이들 업체의 대변인들은 자기회사의 최고경영자가 골프를 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대답했다.

매출 1위 기업인 GM의 잭 스미스와 2위인 포드의 알렉스 트로츠맨 등이
이런 류에 속한다.

4위기업인 월마트의 데이비드 글래스의 대변인은 "물론 안친다"며 "우리
사장은 회사를 사랑하고 회사의 성공을 위해 헌신하는 선량한 노신사"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자신있게 골프를 친다고 말한 응답자는 28명에 불과했다.

매출 5위 기업인 GE의 잭 웰치(핸디캡 5~6), 19위인 아모코의 래리 풀러
(핸디캡 6), 7위인 AT&T의 로버트 알렌(핸디캡 9) 등이 상위권이다.

부동산재벌 트럼프도 빠지지 않는다.

그는 공식기록을 밝히지 않았으나 한때 "언더"까지 쳤으며 지금은 핸디
4~5정도라는게 주변의 얘기다.

KKR홀딩사의 조지 로버트는 "골프는 인간이 발명한 가장 재미있는 경기이며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취급한다"고 예찬론을 편다.

나머지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대부분 "노코멘트"다.

시간이 없어서 "지금은" 골프를 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3위인 엑슨의 리 레이몬드는 "골프실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고 15위
체브론의 켄 데어와 23위 미국국제그룹의 행크 그린버그도 "묻지 말아달라"고
했다.

9위인 클라이슬러의 로버트 이튼은 "좀 치긴 하지만 그런 얘기를 다룰 땐
빼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골프가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라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27년동안 골프장에 가지 않아도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던 메릴린치의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코만스키가 요즘 "세자릿수"의 벽을 깨기위해 필사적
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고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매우 귀중한 시간이다.

그러나 조그만 공을 치려고 노력할 때 생기는 겸허한 마음도 소중한
자산이다" 코만스키의 말이다.

< 육동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