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예퇴진 은행장리스트에 또 한명이 추가됐다.

한보대출에 대한 책임과 관련, 그동안 청와대 검찰 등으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아왔던 장만화 서울은행장이 5일 열린 이사회에서 사임을 발표한 것.

문민정부들어 21번째.장행장까지 포함해 올들어선 벌써 5명의 은행장이
중도에 퇴진하는 셈이다.

서울은행은 93년3월 김준협행장을 비롯 김영석 손홍균 장만화등 4명의
행장들이 연이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수모를 당했다.

특히 장행장은 지난 3월7일에 취임한 후 행장직을 3개월도 수행하지 못하는
단명에 그쳐 금융인들을 더욱 씁쓸하게 만들고 있다.

<>.은행장 인사가 외환은행 서울은행등에서 정부의 시나리오대로 관철되자
외부행장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의 분위기는 종전과 달라 대립양상이 "노조 대 정부"를 넘어 "은행
직원 대 정부"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 특색이다.

외환은행장 후보로 추천된 홍세표 행장 후임에 문헌상 수출입은행장이
옮겨올 것으로 알려진데 대해 한미은행직원들은 부장들을 비롯해 직급별로
부산하게 모임을 갖고 행동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산업은행 노조는 4일에 이어 5일에도 행내출근을 하려던 김영태 총재를
육탄으로 막았다.

노조는 무기한 은행1층에서 농성을 벌인다는 입장이어서 김총재는 당분간
출근도 못할 상태에 있다.

<>.외환은행 비상임이사회가 무산된뒤 김태진 청구화공회장은 "과도기가
오래가는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들이 많아 이날 회의가 소집됐으나 일부
비상임이사들이 출장과 운동등의 이유로 불참해 자동 무산됐다"고 설명.

일부 비상임이사들은 겉으로 내세운 이유와는 달리 관치인사에 반대의사를
나타내기 위해 비상임이사회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앞서 7명의 비상임이사들이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정부내정인사
(홍세표 한미은행장)를 추천키로 의견을 모았으나 나머지 이사들이 불참,
끝내 무산된 것.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이사들은 윤영근 일성신약사장, 유경종 송림타올
대표, 홍승희 성곡학술문화재단이사장, 이강환 생명보험협회장, 김기덕
동부건설부사장 등이다.

관계자들은 "비상임이사들이 정부의 각본인사에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
했지만 제반 분위기로 볼 때 결국 내정된대로 홍세표 행장이 후보로 추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장명선 행장은 이날 은행에 사표를 제출했다.

< 이성태 기자 >

<>.장만화 서울은행장이 결국 사퇴한데는 검찰과 청와대 재정경제원등
권력기관끼리의 힘겨루기에서 검찰이 우위를 점함에 따라 결정됐다는 후문.

검찰은 지난달 23일 "장행장으로 하여금 한보사태와 관련, 도의적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도록 은감원에 통보했다"고 밝힌 이후 초지일관 장행장
사퇴를 주장, 결국 관철됐다고.

검찰이 이처럼 강경입장을 고수한 것은 한보사태의 포괄적 마무리차원 외에
장행장에 대한 감정의 앙금도 상당부분 작용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언.

즉 한보사태초기 신광식 제일은행장과 우찬목 조흥은행장을 구속하면서
장행장도 구속대상에 올렸으나 "외부실세"에 의해 좌절됐다가 최근 "권력
역학관계"가 변하자 이를 강하게 밀어붙였다는 것.

지난달 하순만해도 재경원등에선 장행장의 사퇴압력이 가져올 후유증을
우려, 장행장을 보호하려 했으며 장행장도 이런 교감하에 사퇴압력을
버텼으나 결국 검찰에 손을 들고 말았다는 것.

<>.정부가 외환 서울 한미등 시중은행장을 미리 내정한 것은 권력기관들의
나눠먹기식 자리배분에 따른 것이라고.

재경원 청와대등에서 자리배분을 하는 과정에서 인사폭이 커졌고 은행들의
반발에도 이를 강하게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다는게 금융계의 정설.

이중 눈길을 끄는게 최연종 한은부총재의 서울은행장 내정.

금융계에서는 이에대해 재경원이 모든 은행장자리를 독식한다는 인상을
불식시키기 위해 가장 골치아픈 서울은행장 자리를 한은에 할해함으로써
생색을 내려한 결과라고 풀이.

그러나 한은법개정을 앞두고 재경원이 눈엣가시같은 존재인 최부총재를
"제거"하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게 한은 내부의 분석.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