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 한경서평위원회 선정
저자 : 헬무트 마우허
역자 : 김상국 / 김용구
출판사 : 미래경영개발연구원

네슬레는 스위스에 본사가 있는, 유엔 선정 "다국적 기업 현지화" 세계
1위의 기업이다.

인구나 국토면적이 우리나라의 20%에 불과한 작은 나라에서 매출액과
종업원의 현지화 비율이 98%를 상회하면서 세계 최대의 식품회사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세계 경영 성공의 길"은 네슬레의 최고 경영자를 15년이상 지내고 있는
헬무트 마우허 회장의 경영 자서전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국내 독자들이접했던 다른 세계적인 최고경영자들,
예를 들면 빌 게이츠의 "미래로 가는길"이나 인텔사의 앤드류 그로브
회장의 "관리혁명" 같은 책과 비교하면 상당히 독특하다.

앞서의 책들은 기술과 환경 또는 내부 관리방침에 조금은 편애적이며
또한 너무 자신만만해 독자들이 경영의 전 과정을 샘솟듯이 체험하기엔
숨이 가쁘거나 지식 부족을 느끼기 쉽다.

그러나 마우허 회장의 책은 역자들이 지적했듯이 읽으면 읽을수록 함초로히
진실과 철학, 그리고 세계경영 성공의 의미를 전달해 준다.

조금은 과분한 얘기일수도 있으나 기조가 그렇다는 뜻이다.

최근에 최고경영자가 직접 쓴 경영서를 가끔 대할수 있는 기회가 많다.

그리고 이들 최고경영자의 글을 읽는 것이 행복한 이유는 이들의 글 속에는
사후적으로 규정되는 경영이론이나 경영 교과서등에 나도는 도식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이들이 경영을 만들고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면 학자들은
사후에 염을 한다고 볼수 있다.

마우허 회장은 이 점에 있어서 가장 직선적이다.

그는 매우 단호하게 어떤경영이론도 경영교과서도 자신의 책에서는 배재
했다고 말하고 있다.

성공이란 이론이나 교과서에는 담겨져 있지 않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지금 국내 기업들은 세계경영의 필할수 없는 한 복판에 서 있다.

그리고 세계경영의 성공은 한국경제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핵심언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세계화 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마우허 회장의 조언과 경험은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조직과 인사전략, 자금운영의 원칙, 마케팅의 원리, M&A(기업매수합병)의
기본철학 등은 50년이상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가장 성공적인 현지화를
달성한 네슬레의 교훈에서 새길만한 것들이 많다.

세계경영을 책임진 입장에서 사실 네슬레의 경영은 바로 세계경영을 의미
한다.

마케팅, 브랜드전략, 다국적 기업의 성공적인 경영원리와 현지화 전략,
조직, 동기유입, 기업문화, 인사 등의 전 과정을 마치 이사회의 과정을
천천히 보듯이 차분하게 기술해 부담없이 접할수 있다.

이 책이 또하나 독특한 것은 기업윤리와 자본주의 기업정신을 매우 정직
하게 기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정신"에 나오는 그런
철학적 기풍이 넘친다.

기업경영을 통한 선한 인간과 선하 사회시스템의 달성에 대한 신뢰는 이
책의 저자가 유럽의 정신사에 정통한 대가임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얄팍한 경영이론서가 판치는 국내 출판계에 제대로 된 철학적 깊이를 갖춘,
제대로 된 경영서가 나왔다는 느낌이다.

박영렬 <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