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당사자간의 만남으로 이들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임이
새삼 확인됐다.

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 김인호 경제수석, 이경식 한국은행총재,
박성용 금융개혁위원회 위원장등은 4일 오후 7시 서울시내 모처에서 긴급
심야회동을 갖고 금융개혁관련 정부최종안을 마련하기 위해 4시간여동안
의견조율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소득없이 헤어졌다.

만찬을 겸한 이날 모임에서 강부총리 김수석 이총재는 금개위의 2차 금융
개혁과제를 두고 소속기관의 입장및 자신의 소신을 돌아가며 허심탄회하게
개진했다.

그러나 금융개혁방향에 따라 각 기관간의 이해가 상충되는 것을 감안한듯
자신들이 소속된 기관의 기존 입장에서 양보하지 않아 특별한 합의사항도출
에는 실패했다.

다만 이총재가 국제결제은행(BIS)회의 참석차 5일 출국, 10일 귀국하는
것을 감안해 11일 이후 다시 만나 정부최종안에 담을 금융개혁방향을
재논의하기로 결정하는데 그쳤다.

이날 회의분위기와 관련, 이총재는 "술도 몇잔 오가는등 "화기괄괄"한
분위기속에서 여러 이야기를 충분히 나눴다"며 "금융개혁의 최대쟁점인
중앙은행독립성보장및 감독체제개혁등을 두고 특별히 합의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김수석도 "금개위안에 대한 각 기관의 의견을 놓고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다"
고 말했다.

금개위안이 확정된 이후 처음 이뤄진 금융개혁고위당사자간 만남에서
합의안유도가 좌절됨에 따라 정부의 금융개혁최종안 마련은 다음 회동이
열릴 예정인 11일 이후로 늦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촉박한 시간속에서 정부가 이해당사자간에 충분히 합의된 금융개혁
법률 제.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회기에 맞춰 제출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졌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