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신의 닉네임에 걸맞게 요즘 눈코뜰새없이 바쁘다.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여건에 처한 중소기업들을 도울 묘책을 찾으랴,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중진공의 미래상을 정립하랴 그야말로 하루가 짧은
형편이다.
그가 특히 무게를 두고 추진하고 있는 일은 중진공의 새로운 비전확립.
그 목표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중소기업종합지원기관"으로 잡혀있다.
그는 이를 위해 중진공 전임직원들의 중소기업상담사화를 겨냥, 집중적인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3일로 취임 1백일을 맞은 그를 본지의 최종천 산업2부장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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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가까이 정부부처에만 몸담아오시다 중소기업 지원업무의 최일선을
맡은 중진공의 이사장으로 일해보시니 어떻습니까.
"그동안 현장방문이나 각종 간담회등를 통해 현장의 소리를 들어보니
중소기업들이 위기에 처해있음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길을 찾는 것이 제 임무라고 생각하면 절로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낍니다.
한편으론 정부부처에서 일할 때보다 훨씬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중진공의 업무가 자동화지원이나 기술지원 등 아주 구체적인 것인데다
협동화사업 등 대부분의 사업이 단기간에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취임하신지 1백일이 지났는데 그동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지난 4월 KOEX(한국종합전시장)에서 중소기업제품박람회를 열었습니다.
2백80여개 업체가 참가해 열흘동안 1백3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3억원어치 이상을 판 업체도 있더군요.
그중에는 판매대금으로 급한 불을 끈 업체도 많았다고 합니다.
판로가 부족해 고민하는 중소기업들이 그 행사로 힘을 얻었을 것을 생각
하면 지금도 가슴이 뿌듯합니다.
앞으로 이런 행사를 자주 열어야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행사기간 내내 지면을 통해 후원해주신 한국경제신문에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박이사장께서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업무를 관장하는 상공부 중소기업
진흥국장도 맡으셨고 중소기업청의 전신인 공업진흥청장도 역임하셨는데
중소기업 지원업무에 대해서는 어떤 철학을 갖고 계십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중소기업 지원업무는 적극적인 서비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기업 지원업무는 어느정도 앉아서도 가능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일일이
찾아가 아픈 곳을 어루만져줘야 할 때가 많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현장을 찾아다니는 이사장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취임후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계신 사업은 어떤 것들인가요.
"우선 중진공이 수행해온 중소기업구조개선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생산시설자동화를 중심으로 한 구조개선은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켜 우리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밑거름이 된다고 봅니다.
또 생산시설공유 등 협동화사업과 아파트형 공장건설 중소기업전용공단
건설사업도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이밖에 중소기업채용박람회와 창업보육센터 운영에도 힘을 쏟을 계획
입니다"
-지역경제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지방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책은 따로
마련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올해 총 5천1백97억원의 지방중소기업육성자금을 조성해 개별기업의 구조
개선을 위한 시설개체사업과 입지난을 덜어주기 위한 입지지원사업, 유통
구조개선사업 등을 벌일 예정입니다.
또 1천2백46억원의 재원을 따로 마련해 놓고 단지 입주기업에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중소기업 창업 및 기술.지식집약형 중소벤처기업 창업촉진책
은 단연 돋보이는 정책이라고 봅니다.
중진공도 이에 호응해 창업활성화 지원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젊은 세대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보유한 예비창업자들의 창업
열기를 확산시키기 위해 저희도 자금지원을 비롯해 여러가지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선 전국 30개 대학 및 공공연구기관 등이 개설하는 창업강좌에 자금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 오는 가을에는 벤처기업 전국대회를 개최해 우수 벤처기업에 대한 시상
및 포상과 벤처기업제품전시회 벤처기업육성세미나 등 다채로운 행사를
열려고 합니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15개 지역본부에 벤처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는
"벤처사랑방"을 설치 운영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아울러 오는 9월부터는 중소기업창업 및 지원정책과 관련된 데이터베이스를
PC통신망을 통해 제공할 예정입니다"
-중진공의 새로운 비전마련과 함께 추진해오신 중진공 CI(이미지통합)
작업도 결실을 맺을 때가 된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침체에 빠져있는 중소기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중진공도 내부혁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오는 9일에 새로운 비전과 행동강령을 공표해 중진공의 결의를 보여주려
합니다.
우선 "21세기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기업 종합지원기관"이
중진공이 새롭게 새운 비전입니다.
이를 위해 "미래를 여는 작은 일류의 동반자"라는 슬로건과 함께 행동강령
으로 "SERVICE7(서비스세븐)"을 만들어 실천해 나갈 계획입니다.
서비스7이란 신속하고(Speedy) 전문적이며(Expert) 신뢰할 수 있고(Relia
ble) 다양하며(Various) 창의적이면서도(Innovative) 청렴하고(Clean) 지속
적인(Enduring)이라는 의미의 영어단어의 머리글자를 딴 것입니다.
기업으로 치면 일종의 CI(이미지통합)작업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지요"
-중진공 직원들의 자질향상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중진공이 대중소기업 지원업무를 담당하는 현업기관이니만큼 직원들이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대해 전문가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충실한 서비스 기관이 되려면 자기업무뿐 아니라 관계기관들의 업무까지도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직원들이 현장에 나가 애로사항을 듣고도 우리 업무가 아니니 다른데
물어보시죠 하는 식이면 곤란합니다.
적극적인 상담을 해주려면 신용보증기금이나 중기청의 업무,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지원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런 부분을 직원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전에는 없었던 연수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이왕 하는 김에 연수 끝에 시험을 치르고 있는데 처음에는 꺼려하던
직원들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 연수를 받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상담사를 선발해 지역
본부에 전진배치하는 중소기업상담사 제도도 도입할 계획입니다.
중소기업상담사를 통해 현장과 밀착된 지원업무를 수행하려는 것이 목표
입니다"
-앞으로 이것만은 꼭 해보고 싶다는 일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를 획기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보고
싶습니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자금 입지 기술 인력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도 가장 중요한 것이 판로개척이라고 봅니다.
그동안은 여러 이벤트를 통해 판로를 지원했습니다만 머지않아 중소기업
제품상설매장이 들어설 중소기업백화점이 목동에 완공되면 훨씬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중소기업 지원의 한 방법으로 중소기업을 위한 케이블TV 채널을 확보하는
것도 구상중입니다.
지금도 39쇼핑 등 홈쇼핑 채널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채널은 중소기업
경영자를 위한 경영학강좌 등 연수프로그램을 담아야겠지요"
-중소기업인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21세기에는 중소기업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중소기업들이 다 성공할 수는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기술력있고 창의적인 기업만이 변화가 많은 시대에 살아남을 것입니다.
남의 기술을 베끼거나 빌리는 소극적인 자세로는 크게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상품 새로운 서비스로 새로운 니즈(needs)를 창출해내야 합니다.
정부에 계속 지원을 바라는 것도 현명한 처사가 아닙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 이상 정부의 지원이 더 확대되기는
어렵습니다.
앞으로의 정부지원은 자생력을 키워주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입니다.
결국 자립의지를 키우는 것이 성공에 이르는 길입니다"
< 정리=김용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