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을 축하합니다.

"존경하는 다산선생을 기념하는 상을 받게돼 영광입니다.

특히 다산선생은 내 고향인 강진에서 적거생활을 하며 실학사상을 완성해
이나라 근대화의 사상적기초를 마련했지요.

나 또한 환갑나이에 반도체를 시작해 나름대로는 국가발전에 일조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어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실 당시의 상황은 어땠습니까.

"68년 반도체사업을 시작할때 우리나라 전자산업은 미군기지에서 흘러나온
부품을 청계천에서 조립하는 수준이었지요.

반도체는 기술은 커녕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도 거의 없을 정도였어요.

주위에선 나를 미친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을때 당시 상업은행장이던 임석춘씨를 만나게
됐고 그분이 반도체의 의미를 이해해 대출해줘 사업을 시작할수 있었지요"

-어떻게 기반을 닦으셨는지요.

"72년 여름 대홍수가 났을때 아남의 화양동공장중 1층이 거의 물에 잠겨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주문때문에 방한했던 텍사스인스트루먼트 간부가 크게 낙담해 호텔로
돌아갔지요.

아남 직원들은 주말 밤낮을 꼬박 새우며 물에 잠긴 기계와 자재를 모조리
건져 올려 2층으로 옮겼고 수십개의 헤어드라이어를 동원해 장비를 말려 결국
약속한 납기를 지켰어요.

이 일을 계기로 이 회사는 연간 1억개에 달하는 막대한 물량을 장기계약해
성장할수 있었습니다"

-아남은 웨이퍼 일관가공(FAB)분야에 참여하는 등 반도체 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있지요.

"30년동안 숙원사업이던 웨이퍼가공분야에 지난해말 진출했습니다.

이로써 조립 테스트분야및 소재와 조립장비개발에 이어 명실공히 반도체
일관생산서비스체제를 갖추게 됐습니다.

우리가 진출한 분야는 메모리반도체가 아니라 시장성과 부가가치가 더욱
높고 경기도 덜 타는 비메모리분야입니다.

따라서 국내 반도체산업의 구조적 불균형을 개선하는데도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광주에 대단위 공장을 준공하는등 상대적으로 낙후된 호남지역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계신데.

"반도체 공장은 물류문제 등을 감안할때 수도권에 있어야 경쟁력을 갖출수
있습니다.

광주에 공장을 짓기까지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고향과 다름없고 낙후된 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뭔가
기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선정했지요.

고용창출을 통한 지역주민의 소득증대에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역의 우수인재를 우선적으로 흡수할 계획입니다"

-필리핀에선 아남현지법인이 지난해 최대수출업체로 부상하는등 큰 성과를
거두고 있지요.

"아남은 89년 필리핀에 진출해 있던 미국 AMD를 인수해 AAP사를 설립해
연간 1백20% 이상의 고속 성장을 해왔지요.

작년엔 필리핀내 최대 수출업체로 자리잡았습니다.

일찍이 미국엔 판매법인을 만드는 등 글로벌화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글로벌전략의 핵심은 철저한 현지화와 인간적인 경영이라고 할수 있어요"

-기업 경영을 해오시면서 지켜오신 경영철학이라면.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의와 인간존중입니다.

이 정신은 30년간 경영의 주축이 돼 실천돼 온 것입니다.

만약에 인간에게 신의가 없다면 인면수심일뿐 무슨 가치가 있겠습니까"

-요즘 헌정회장등으로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시는데 건강관리는.

"서른살때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단전호흡과 체조를 하고 가까운 거리는
걷는게 건강유지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낙훈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