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운동장에서 장충체육관 쪽으로 가다보면 왼쪽에 중세 고성을
연상시키는 빨간벽돌 건물이 보인다.

건축가 김수근씨가 설계한 경동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담임목사
이동준)다.

이 교회는 출입문이 뒷쪽에 있다.

예배당으로 들어가려면 벽돌로 된 긴 층계를 올라가야 한다.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십자가를 지고 고난의 길을 간 하나님을 떠올리며
회개할 시간을 갖게 하는 "생각의 계단".

경동교회는 45년 창립된 해방둥이 교회다.

김재준 목사와 강원용 목사로 이어지는 기독교장로회의 모태.

요란한 부흥회보다 교육과 메시지를 중시해 "참여하고 실천하는 교회"로
이름나 있다.

담임 이동준 목사(58)는 "어두운 시대에 사회의 빛이 되고자 했던
참여정신이 경동교회를 키웠다"며 "그때문에 군부독재에 반대한 많은
목회자들이 옥고를 치렀다"고 말했다.

이목사는 균형잡힌 신앙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팀목회 활동으로 교회를
이끈다.

지성과 감성, 제사장 (치유)과 예언자 (비판)의 기능을 균형있게
조화시키며 "예배와 실천의 합일"을 강조한다.

"목회자는 하나님을 섬기는 종일 뿐만 아니라 교인과 사회를 겸손하게
섬기는 봉사자"라는 게 지론.

경동교회의 선교활동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문화선교 분야다.

"서양의 외투"를 입고 들어온 기독교가 한국적인 옷으로 갈아입기
위해서는 복음의 토착화가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연극 음악 등 문화예술을
폭넓게 활용한다.

옥상교회인 "여해문화공간"을 이용해 기독교정신과 관련된 공연 행사를
자주 갖고 예배와 축제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96년부터 "경동찬송가" 1백여곡을 별도로 만들었으며, 예배복식도
두루마기에 한국적 문양을 넣은 것으로 바꾸고 절기의식땐 꽹과리를
치거나 탈춤을 추기도 한다.

지역공동체를 위한 사회선교 활동으로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경동
어린이집"을 운영중이다.

내년중 50주년 기념관인 "사회선교센터"가 완공되면 무의탁노인과 고아
장애인 등을 위한 구제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하나는 북방선교.

4년전 중국 용정에 2천평을 확보해 "용경선린원"이라는 북방선교센터를
세웠다.

조선족 복음전파와 통일에 대비한 북한선교의 교두보.

지난해부터 꿈나무들을 위한 교육과 탁아사업, 기숙사시설 확충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필요한 예산은 약 1억5천만원.

경동교회 교인들은 "성서와 오늘의 시대상황을 대비시키는 설교가
가슴에 와 닿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의식있는 교인"들이 많이 몰린다.

헌금이나 출석 강요도 하지 않는다.

주일 출석자 1천여명중 1백50명이 무등록교인일 정도로 자유롭다.

사순절이나 부활절 등 교회절기를 중시하기 때문에 그때마다 신.구약
성서를 다양하게 활용, 시의에 맞는 설교를 들려주는 것도 특징이다.

교인들과 나누는 메시지의 교감이 그만큼 증폭되기 마련.

이 목사는 최근의 혼란시국과 경제불황으로 우울해하는 교인들에게
"고통은 희망을 향해 오르는 계단"임을 일깨운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고 사회가 혼란하더라도 성실한 자세로 본분을
다하면 하나님께서 반드시 응답하십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잖아요.

명예퇴직 등으로 "고개숙인 아버지"들도 새 일을 시작하는데 주저하지
마세요.

기회야말로 새로운 꿈의 거처입니다"

< 고두현 기자 >

< 경동교회 교인들 >

<>재계

이준상 (동방페레그린증권대표) 최민호 (호림통산대표)
김용호 (섬진기공대표) 이광수 (한국와이퍼대표)
주원 (대광피복대표) 차상수 (동양시멘트부사장)

<>정.관계

김봉호 (국민회의의원) 신낙균 (국민회의부총재)
권인혁 (주덴마크대사)

<>법조계

박재윤 (서울고법부장판사) 김종화 송용의 박무용 (변호사)

<>문화예술계

전숙희 (수필가) 김원일 (소설가)
김혜순 (시인) 이강백 (극작가)
박은국 (방송작가) 박수길 (국립오페라단장)

채문경 (오르가니스트)
이정희 (무용가)
윤인숙 김미정 윤경희 황영금 (성악가)

나영수 (작곡가)
김정수 전명자 (화가)

<>학계

김문환 임지순 강대희 (서울대)
정갑영 정진위 최승태 이정석 (연세대)
홍기선 임한종 (고려대)

이장희 (한국외대) 안덕균 (한양대)
이효지 (한양대) 정용근 (동국대)
한옥수 (단국대) 허영환 (성신여대)

김경재 박근원 (한신대) 김수평 (가톨릭대)
최기남 (강남대) 지은숙 (광운대)
김관명 (춘천교대) 이화수 (아주대)

박원훈 (KAIST) 김정후 (강원대)
김윤곤 (원광대) 곽병선 (교육개발원)

<>의료계

강진국 (경찰병원장) 이명철 (서울대병원)
백세민 (백세민정형외과원장) 조유현 (가정의병원장)
박재훈 (하나이비인후과원장) 김결 (수원신경외과원장)

계세혁 (한강성심병원)
박대희 양정강 박형기 강구한 (치과원장)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