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가 망하던 즈음 동방 훈족의 침공에 쫓긴 일단의 사람들이 갈곳이
없어 바다쪽으로 갔습니다.

그들은 개펄에 말뚝을 박고 그 위에 집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도시를 건설하고 나라를 세웠습니다.

인구라야 고작 18만명에 못미치는 작은 나라였습니다.

그렇게 나라를 세운 그들은 새로운 조선술과 항해술을 발전시켜 나가면서
바다를 개척했습니다.

공룡같은 대제국 터키와 맞서 싸워야 했고 숱한 강대국들의 위협을
받았습니다.

그런 열강들의 위협과 침략을 극복하며 지중해의 제해권을 잡고 통상으로
국부를 쌓아 나름대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습니다.

그들은 나폴레옹의 군대에 의해 멸망되기까지 1,000년을 견뎌냈습니다.

바다를 향한 불굴의 개척정신이 그들의 생명력이었습니다.

- 시오노 나나미의 "베네치아공화국 1천년의 메시지" 중에서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