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는 아침, 강쪽의 창밖에선 미묘한 새들의 지저귐이 시작되고
있었다.

일기는 참으로 매혹적이었다.

언뜻언뜻 부는 바람은 사람을 오래도록 실내에 머물지 못하게 했다.

꽃들은 도로의 화단부터 집앞 마당에까지 온통 만발해 있었다.

미국 뉴저지에 머물던 시절 나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집 주위에 오는 봄을
보고 있었다.

아침 저녁으로 찾아와서 우는 허드슨 강변의 새들은 어디에 둥지를 틀고
있을까 생각하니 나뭇가지의 아름답고 섬세한 군락 높은 곳에 까치집이
달린 한국의 흔한 풍경이 떠올랐다.

새들은 강변에 오는 화신에 환희를 느껴서일까, 작은 소리에도 공중
멀리로부터 낙하해 내렸다.

강폭의 중심으로는 이따금씩 커다란 배가 잔물결을 기슭으로 밀어내며
가곤 했다.

강변에는 뉴욕으로 향하는 차들이 조그맣게 보였다.

그곳의 날씨속엔 잠에서 덜깬 듯한 사람들의 영혼을 깨울 듯한 신선한
바람이 있었다.

창밖에는 또 조지 워싱턴다리가 있어 야경을 황홀하게 했다.

곳곳에 성조기가 걸려 있는 풍경들은 언제까지나 "위대한 미국"을 만들어
가려는 미국인들의 마음을 읽게 했다.

강 너머로는 맨하탄의 웅장함이 보였다.

빌딩들이 계곡을 이루고 명멸하는 불빛은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강물에 비쳐진 밤의 맨하탄은 수중도시처럼 보였다.

뉴저지의 강 안쪽에서 바라본 강변은 온통 유연한 도로의 선으로 보는
이의 시야를 끝없이 이어가게 했다.

올해 6월에도 그곳의 집과 꽃들은 여전히 하나로 어우러져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꽃일기를 썼을 만큼 꽃과 나무를 가꾸는 일에 몰두했었건만
지금도 봄만 되면 그때를 생각하며 마음이 설레고 기뻐진다.

그곳 딸애 가족의 건강이 좋은 것은 맑은 공기와 좋은 풍광 속에 살기
때문일 것이다.

계절의 변화를 만끽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과 그것을 변함없이
지켜가려는 노력이야말로 그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밝고 건강하게 만드는 첫걸음이 아닐까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