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골프장들이 한국골퍼들을 부르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골퍼들에게는 양국민의 감정만큼이나 "가깝고도 먼 이웃
골프장"으로만 여겨졌던 일본의 골프장들이 한국골퍼들을 겨냥, 각종 골프
투어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일본은 전국에 걸쳐 2천여개의 골프장이 있다.

우리(1백개)에 비해 20배나 많은 숫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회원권가격과 그린피가 엄청나게 비싸 한국골퍼들
로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

그러나 골프회원권 가격을 부풀렸던 거품이 빠지면서 최근 몇년새
골프장들이 심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회원권 가격 하락뿐만 아니라 골프장들은 그린피를 낮추고 부설 호텔이나
콘도의 숙박비용을 할인해 주는등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연중 부킹전쟁을 치르며 골프를 쳐야하는 한국골퍼로서는 일본골프장에서
라운드할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셈이다.

한국골퍼들은 특히 한겨울 못지 않게 한여름 라운드는 피하고 싶은 것이
보통이다.

7,8월에는 새벽 또는 저녁무렵의 티오프가 아니면 더위라는 복병과
마주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겨냥, 일본에서도 특히 북쪽에 위치한 홋카이도(북해도) 지역
유수골프장들이 한국 골퍼들을 상대로 골프투어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한국골퍼들이 겨울에는 필리핀 태국등 동남아등지로 골프투어를 갈수
있지만 여름에는 알래스카 아니면 마땅히 갈데가 없다는 것도 그 배경이
되고 있다.

김포에서 비행기로 2시간이면 족히 홋카이도에 닿을수 있는 까닭이다.

홋카이도에는 약 1백70개의 골프장이 있는데 그중 가장 활발히 한국골퍼들
을 겨냥하고 있는 곳이 동계올림픽개최지인 삿포로의 루스츠리조트.

위도 43도인 루스츠리조트는 기온이 6월은 최저 8.6도, 최고 19.8도이며
7,8월에도 최저기온이 13도, 최고기온이 24도정도밖에 안된다.

강우량도 8월(평균 1백40mm)만 조금 많을뿐 6,7월은 50~70mm정도다.

한여름치고는 라운드하기에 적절한 조건이다.

여기에 후지산을 빼닮은 요테이산등 크고 작은 산들이 하얀 눈을 안은채
골프장을 에워싸고 있어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점보 오자키가 설계한 루스츠코스(18홀)와 커티스 스트레인지가 설계한
리버우즈코스(36홀)로 구성된 루스츠리조트는 우리 골프장이 배울만한
독특한 점도 있었다.

캐디없이 전동카트로 운영되는데 처음 오는 골퍼들을 위해 페어웨이
복판에 노란 깃발을 꼽아둔 배려를 한것.

티잉그라운드에서 정확히 2백30야드 떨어진 곳에 꼽힌 이 깃발은 거리표시
를 해주는 외에도 티샷방향을 일러주는 길라잡이 역할을 해 처음 간 사람
이라도 당황하지 않고 티샷을 날릴수 있게 된다.

관심의 초점인 경비도 그렇게 비싼 편이 아니다.

3라운드(54홀)의 그린피를 포함, 3박4일의 숙박비(리조트내 특급호텔),
왕복항공료를 포함해 84만원이다.

물론 클럽은 빌릴수 있으며 골프이외 시간에 도야호등 인근 유명관광지를
둘러보는 일정도 마련돼 있다.

제주나 동남아 골프투어에 비해 상품내용 비용 거리등의 면에서 손색이
없다고 할수 있다.

삿포로 지역은 또 "한여름의 골프" 외에도 맥주와 온천이 유명하다.

한 곳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골프" "맥주" "온천욕"을 동시에 즐길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골퍼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루스츠리조트 한국대리점에 문의하면 되는데 전화번호가 "치러 치러 공치러"
(757-5075)로 특이하다.

< 삿포로=김경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