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관리위원회가 신성무역을 공개매수하고 있는 사보이호텔에 대해 공개
매수정지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의무공개매수규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은 매우 중대한 의미가 있다.

이른바 주식파킹 등 M&A(기업인수합병)시장에 만연하고 있는 불법행위들을
엄격히 다스리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일부터 시행된 새 증권거래법은 M&A를 제도적으로 허용하면서
공개매수의 절차 방법 매입수량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5%이상 취득할 때는 반드시 공개매수절차를 거쳐야 하고 25%이상 취득
하고자 할 때는 "50%+1주"까지를 의무적으로 공개매수토록 규정한 것이
그것이다.

또 누구의 명의로 하든 동일한 목적의 의결권행사를 위한 주식취득은
공동행위자로 봐 동일인개념으로 보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이같은 규정들은 주식시장은 물론 전체 경제질서유지를 위해서도 필수적
이다.

친인척 또는 외형상 별 관계가 없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특수이해관계에
있는 타인명의로 주식을 살금살금 사모았다가 어느날 갑자기 경영권을
내놓으라고 나서는 기업사냥꾼이 판을 치게 된다면 기업인들은 경영권불안
때문에 제대로 사업을 해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증관위 허가없는 대량주식 취득금지"로 M&A를 사실상 원천적으로 봉쇄해온
종전 증권거래법을 고쳐 이를 제도적으로 허용키로 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M&A의 순기능을 사기위한 것이다.

그러나 법에 규정된 공개매수절차를 무시한 불법적인 M&A가 흥행하게
된다면 법개정취지와는 달리 부작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새 증권거래법이 시행된지 두달이 못됐지만 실제로 그런 우려가 적지
않았던게 사실이기도 하다.

이번 신성무역사안은 바로 그런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신성무역의 경영권이 어디로 가느냐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사보이호텔이 문제된 초과지분을 시장가격으로 팔고 다시 적법한 공개매수
절차를 밟아 경영권을 확보하느냐, 아니면 M&A를 포기하느냐는 문제는 이해
당사자가 알아서 할 그들의 관심사항일 뿐이다.

우리는 이번 신성무역사례가 M&A시장의 질서확립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에서 특히 이번 일처리에 관심을 갖는다.

앞으로 신성무역 M&A싸움이 어떻게 돌아가든, 증감원 고발대로 사보이
호텔이 관련규정을 위배했다면 그에 따른 엄정한 사법적 제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물론 이 문제는 검찰이 알아서 처리할 일이지만, 이해당사자간 합의여부가
사법처리에 영향을 미치는 교통사고처럼 다룰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불법과 루머가 횡행하는 M&A시장의 질서를 잡는 것은 너무도 중요한
일이다.

공개매수가 불법 매집한 주식을 자기 이름으로 바꾸는 ''면책성 요식행위''로
탈바꿈하도록 방치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수많은 주식투자자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