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의 입장전환은 본인의 직접적인 해명만이 문제해결의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여권은 지난주 이회창 대표의 입을 빌려 간접적인 해명에 나섰지만 여론이
순화되기는 커녕 더 악화되는 결과가 나오자 내부적으로 당황했던 게 사실
이다.

이대표의 입을 빌린 간접적인 방법도 문제가 있었지만 "자료가 없어 못
밝힌다"는 강변이 국민들에게 오만한 태도로 비쳐졌던 것이다.

여권내 일부 대선주자들조차 이러한 문제해결방법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설
만큼 해법치고는 "수준이하"였다는게 중평이다.

그같은 해법이 나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김대통령 자신이 직접 해명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관련, 참모진에서 직접 해명을 포함한 여러가지
건의를 올렸지만 김대통령이 시국수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김대통령이 참모들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민심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나가는듯한 태도를 취하자 한때 청와대 주변에서는 참모진이외의 비선라인이
영향을 주고 있지 않느냐는 얘기도 나돌았다.

결국 김대통령은 29일 오후 전국위에 참석, 연설을 통해 밝히는게 좋겠다는
참모들의 건의를 받고서야 더이상 회피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악화되는 민심, 야당의 계속적인 공세, 대선주자들의 반발, 청와대
참모진의 건의 등이 김대통령의 최종 결심을 끌어냈다고 볼 수 있다.

김대통령 자신이 대선자금정국을 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담화문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진전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 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