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전자식 모터 보호계전기를 발명해 전세계에 수출하고 있는
삼화기연의 김인석(62) 사장.

48건의 국내 특허를 비롯해 총 1백여개의 국내외 특허를 획득 또는 출원중인
김사장은 스스로를 돈키호테처럼 무모한 발명가로 부른다.

자신이 발명한 전자식 보호계전기 하나로 창업해 이제는 전세계 20여곳에
수출하면서 미국 중국 베트남에 현지 생산회사를 설립하고 세계시장 석권을
목표로 뛰고 있다.

그는 전북 완주의 산골 출신으로 법관이 되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상 가까운
이리공대(전북대 공대 전신)에 진학해 장학생으로 학교를 졸업했다.

첫 직장인 대한석탄공사에서 한백광업소 관리직에 발령을 냈지만 자청해서
현장근무를 했다.

현장을 모르면서 어떻게 기술자가 될수 있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당시 현장에서는 발전 모터가 과열로 타는 사고가 빈번했고 이 사고를 수리
하면서 김사장은 후일 전자식 보호계전기 발명에 귀중한 현장체험을 하게
된다.

68년 김사장은 월남에 현장을 둔 미국 건설회사에서 월남 파견 기술자를
모집한다는 얘기를 듣고 첨단 기술을 배울수있다는 생각에 응모해 월남으로
간다.

월남에서도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미군부대의 발전설비를 고치면서 돌아
다녔다.

한편으로는 돈을 모아 전기장비를 사들이면서 귀국후에 월남에서 배운
기술로 멋진사업을 벌이겠다는 꿈을 키우던 어느날 그는 불행한 사고를
당한다.

발전기의 엔진 속도조절기를 만지다가 냉각 팬에 오른손이 말려들어 손을
잃게 된 것이다.

부상으로 귀국후 좌절속에서 세월을 보내던 그는 친구의 도움으로 아남산업
에서 근무하게 된다.

다시 현장근무를 하면서 그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고민이 떠올랐다.

과열에도 타지 않는 보호계전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기존의 열동식 과전류 계전기는 접속점이 많아 사고위험이 많고 외부온도의
영향으로 정확성이 떨어졌다.

그는 수년간의 연구끝에 전자식으로 과전류를 잡아 전류를 차단하는 방식을
세계 최초로 발명했다.

이때가 81년.

김사장은 곧이어 삼화기연을 설립했고 전자식 계전기는 85년 전국우수발명품
전시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데 이어 제네바 국제신기술발명대회 파리국제발명
르피느대회 등 전세계 발명상을 줄줄이 수상하게 된다.

하지만 막상 발명제품을 사업화해서 성공하기란 힘들었다.

1년에 30회이상 강연을 다니며 전자식 보호계전기에 대한 세미나를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매출은 꾸준히 늘어 1백억원을 돌파했다.

김사장은 "무식할 정도로 제품 하나만 믿고 밀어붙였기 때문에 사업에
성공했다"고 회고한다.

또 발명품으로 사업해서 성공하는 예가 드문것은 마케팅 때문이라고 분석
한다.

대부분 제품력만 믿고 파는데 소홀하다간 실패한다는 것.

그는 회사 전력의 70%를 마케팅에 쏟고 있다.

올해는 그동안 추진해왔던 글로벌화의 원년으로 삼고 김사장이 해외현장을
직접 누비고 있다.

베트남 공장을 연말에 완공하고 내년에는 인도와 헝가리에도 생산공장을
건립할 구상이다.

5년후에는 전세계에 1백개의 해외대리점망을 구축해 삼화기연의 전자식
계전기가 세상의 모든 구식 계전기를 바꾸도록 만들겠다는 꿈이다.

< 고지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