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도로정체, 엉뚱한 도로표지판..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피곤하다.

정체지역을 피하면서 잘 모르는 목적지를 가장 빠른 시간에 찾아가는
방법은 없을까.

운전대만 잡으면 늘 하는 고민이다.

이 고민을 시원스럽게 풀어줄수 있는 장치인 자동차 자동항법시스템(CNS)이
국내에서도 개발돼 운전자들의 믿음직한 길잡이로 등장하고 있다.

K씨의 "CNS 승용차"시승기.

그는 충무로 2가에서 미사리의 한 음식점으로 가기 위해 CNS가 장착된
자동차에 올랐다.

CNS에 목적지를 입력하자 20여초만에 해당지점을 찾아내고 도착지까지의
최단 경로를 빨간선으로 표시해준다.

충무로를 거쳐 종로를 지나 천호대교를 통과하는 라인이다.

그러나 CNS의 교통정보 메뉴를 눌러보니 종로가 막힌단다.

남산1호터널 방향으로 목적지를 다시 입력하자 1호터널 한남대교
올림픽대로로 이어지는 또다른 길이 제시된다.

도로상태 양호.

차가 움직이자 CNS화면의 지도위에 현위치를 표시하는 둥근 원이 함께
따라간다.

한남대교 2km 전방.

연료계기판이 깜빡인다.

CNS를 검색한 결과 20m전방에 주유소가 표시돼있다.

조금 앞으로 다가가니 주유소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주유중 CNS의 TV버튼을 누르자 인기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국내에서 개발 시판중인 CNS는 현대전자의 "HCN2000"과 쌍용정보통신의
"인터로드"등 두 종류.

양사는 지난달 거의 같은 시간에 제품을 공개했다.

현대전자는 출시 한달만에 약 3백여대를 팔았으며 쌍용정보통신은
지난주말 대리점을 선정, 본격적으로 시판에 들어갔다.

두 제품은 기본적으로는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몇가지 점에서
각각 고유한 특징을 갖고있다.

우선 현대전자의 "HCN2000"은 목적지를 설정하면 운행중 음성으로
회전방향등 교통정보를 알려주는게 강점.

운전대를 잡은 상태에서 정보를 얻을수 있어 편리하다.

또 전자지도의 이동이 경쟁사 제품에 비해 원활하다.

모니터로 주요 시설물에 대한 전화번호 주소 부대시설등의 정보가
제공되는 것도 이 제품의 장점이다.

쌍용정보통신 "인터로드"의 가장 큰 특징은 무선호출기(삐삐)서비스를
통해 수신한 각종 교통정보를 문자형식으로 제시해준다는 점.

이와함께 전자지도가 3백60도 회전, 운전방향으로 지도가 전개된다.

6대 도시의 경우 전자지도 축적도가 1:2,500에서 1:5,000,000까지
10단계로 나눠져 있어 보다 세밀한 정보를 제시한다.

이밖에도 최단경로탐색기능 무선리모컨시스템등은 인터로드가 자랑하는
요소이다.

가격은 HCN2000이 1백85만원,인터로드가 1백98만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CNS기술은 미국 일본등 선진국에 비해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게
업계의 평가.

전자지도 처리가 아직 미숙하고 위성 지상등의 교통정보를 종합적으로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전자 관계자는 "전자지도가 아직 치밀하게 구성되지 못해 골목길등을
찾기 어렵고 화면 전개에 단절현상이 자주 일어난다"며 "각 업체들이
문제점 해결에 적극 나서고있어 국내에서도 올하반기부터 CNS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우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