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가 최근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있다.

엔저에 따른 대일수출경쟁력 약화로 고전해온 업계는 뜻밖의 엔고 현상이
불황의 늪을 탈출할수 있는 호기로 판단, 환율 변동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일본업체들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전자 자동차 조선 등
수출주력업종들은 엔화동향 분석과 함께 일제히 수출전략 재점검에 착수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최소한 달러당 1백10엔 이하로 떨어져야만 우리업계의 경쟁력회복에 도움이
되며 그 효과도 3~6개월이 지나야만 가시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가전

엔화 강세가 이어진다면 연초 세웠던 수출목표를 달성할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영수 LG전자 전략기획담당이사는 "달러당 1백엔 정도면 하반기에 본격적
인 수출확대를 기대할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현재 동남아 미국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어서
엔화강세는 수출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상기기 VTR 컬러TV등 AV제품들은 일본업체와 직접 경합하고 있어 당장
심리적인 효과도 크다.

그러나 백색가전에 대한 영향은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

<> 반도체

엔고의 영향이 다른 산업에 비해 적은 편이다.

이는 일본업체와의 가격경쟁보다는 세계시장에서의 수급 밸런스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고가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인 현상으로 이어질 경우 일본제품보다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는게 업계의 판단이다.

특히 IBM 컴팩등 대형거래처에 대한 납품가격은 월1회정도 조정하는데
엔고가 이어지면 일본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상대적으로 한국업체들
의 수출신장이 기대되고 있다.

<> 자동차

엔화환율이 달러당 1백10엔 이하로 떨어지기전에는 엔화강세에 따른 수출
확대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가 계속 강세를 보인다해도 영향이 나타나는 것은 6개월뒤여서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연말께나 가능할 전망이다.

이형근 현대자동차 수출계획실장은 "그동안 국내업체들이 엔저로 어려움을
겪어온 이유가 일본업체들의 과감한 현지 마케팅지원인 만큼 이같은 전략이
수정되지 않는한 당장의 효과는 기대할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엔화환율이 빠르게 1백10엔대 밑으로 떨어지면 3개월내에도 수출
확대 효과가 나타날수 있다고 내다봤다.

<> 철강

달러당 1백10엔 이하로 가지 않는한 대일수출 동남아수출에 개선효과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1백10엔 밑으로 떨어질 경우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렇게 될 경우 열연 후판 냉연 등 제3국 시장에서 일본과 경합이 심한
품목은 수출 증대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포철의 경우 이미 수출가격이 일본업체에 비해 t당 30~40달러 싸고
분기별 계약은 모두 끝난 상태여서 하반기부터나 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조선

일본과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는 업종인만큼 반사이익 기대가 어느
업종보다 크다.

그러나 달러당 1백10엔정도가 돼야 경쟁해볼만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1백엔대까지 떨어지면 그동안 일본에 비해 뒤졌던 가격경쟁력도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신원식이사는 "엔화환율이 현재 추세대로 떨어진다면 2000년
영업이 시작되는 오는 하반기부터는 일본 조선업계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 석유화학

원료비중이 큰 산업이어서 엔화강세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
된다.

일본의 유화업체들은 엔고 덕에 오히려 싼 값에 해외에서 원료를 구입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료값이 제품에 반영되는 시점까지는 일본 제품의 수출가격경쟁력은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국내 유화업체들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할 때
합성수지나 일반 화학제품 부문에서 약간의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상승을 예상한 선취매가 나타날 경우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는 주요 유화제품의 수출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 기계

공작기계 섬유기계 등 범용산업기계의 경우 가격경쟁력 확보로 수출이나
채산성이 크게 호전될 것으로 보이나 핵심부품을 일본에서 들여다 쓰고 있는
첨단기기 업체들은 원가부담이 커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
된다.

민효기 공작기계협회 전무는 "국내 기계산업에 대한 엔화의 영향력이 점차
작아지고 있다"며 "기계업계의 근본적인 문제점인 품질 경쟁력이 개선되지
않는한 큰 도움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 산업1부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