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표류에 대한 비판여론이 고조됨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 국면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여야는 대선자금해법을 찾지 못한채
강경대치를 계속하고 있다.

여권은 정국타개 방안을 조속히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긴 하나 야권이
대선전략적 차원에서 대선자금 문제에 대한 대여공세를 계속하는한 야권
일각에서 거론하고 있는 영수회담 등 여야대화는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반면 야권은 시국수습의 유일한 방법은 여권 스스로가 대선자금의 전모를
공개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야는 그러나 현정국을 방치하다간 정치권이 전체가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어 김현철씨 사법처리가 예상되는 주말께는 정치권
나름의 수습수순을 가시화 할 것이라는게 정치권 일각의 전망이다.

청와대와 신한국당은 야권의 "의혹부추기식" "대선전략적" 대여공세가
계속되는 한 근본적인 시국수습은 불가능하며 따라서 영수회담도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여권이 받아들일수 있는 정치적 해법을 야권이 제시할 경우에만 대화에
응할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당국자는 12일 "현시점에서 영수회담을 열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무엇이 있느냐"고 반문하고 "대선자금문제를 거론하려면 야당부터
먼저 대선자금문제에 대한 보다 분명한 입장정리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국당 박관용 사무총장도 "의혹을 부추기기만 하는 태도는 정국안정이나
시국수습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의혹에
대해서는 야당도 솔직한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총장은 그러나 "영수회담의 경우 대통령은 필요하면 언제나 하겠다는
자세를 갖고 있다"면서 "다만 언제가 적절한 지에 대해서는 건의한바 없다"
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대선자금 문제로 시국불안이 장기화되고 그에따른
국정공백 우려가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자칫 국민여론이 여야 양비론으로
흐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야권은 양비론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조속한 시국수습을 위해서라도
대선자금을 조속히 공개하라"는 논리로 대여압박을 계속했다.

정동영 대변인은 "국민은 누구도 사태의 장기화를 원하지 않고 있는데
집권세력이 사태 해결을 천연시키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4개월째 접어든 국정공백은 청와대와 함께 신한국당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며 "지금의 국정위기는 지난 연말 노동법 날치기에 공범으로 편승한
신한국당 대선예비주자들에게도 공동책임이 있다"고 여권의 차기주자들까지
한묶음으로 비난했다.

자민련도 대선자금 문제로 인한 정국의 표류가 계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
하지 않으며 따라서 여권 핵심부가 직접 나서 대선자금의 진실을 공개,
정국의 혼미를 마무리하고 이를 토대로 내각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용환총장은 "대선자금을 쓴 사람이 직접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
으로까지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받아야 한다"며 "이를 통해 표류하는 정국을
마무리하고 내각제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손상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