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중역급에 준하는 적지 않은 품위 유지비, 기사가 딸린 고급승용차와
개인사무실 제공, 그리고 경영성과에 관계없이 주어진 임기 보장-.

다름아닌 제2금융권 은행 자회사의 회장 경영고문 등 명예직이 받고 있는
대우이다.

직원수 50여명 남짓한 자회사에도 회장, 고문제도가 존속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들은 회사업무에는 일절 관여치 않으며 오직 자리만들기 행태가
당연시되는 것은 금융산업 대변혁의 상황에 제대로 대처 못하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낙후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업무와는 무관한 인물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으므로 직원들에게
사기저하와 무력감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자리유지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이상의 손실을 회사에 끼치고 있으며 내실경영에 솔선수범하는
경영진의 자세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문제는 자회사로 한낱 모은행의 퇴직임원 배출창구로만 여겨져 온
은행권의 뿌리깊은 관행에 있으며 여기에는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대주주의 모은행 고위 의사결정자들의 잘못된 이기주의도 한몫 거든다.

이런 폐단은 비단 은행권 자회사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닐 것이다.

지금은 모든 경제주체들이 군살빼기로 체질강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회장, 고문제도 등 "일 안하고 대우받는 명예직제"는 무노동 무임금을
지향하는 법 정신에도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금융시장 개방을 목전에 둔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서는
이런 불합리한 제도부터 없애야 한다.

이종화 < 서울시 강북구 수유3동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