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전문가"

"부실기업해결사"인 길버트 아멜리오가 애플의 방향타를 쥐게 된 것은
지난해 2월이다.

애플에 들어오기 전 그는 빈사상태에서 헐떡거리던 내셔널반도체를
5년간 주물러 1억달러가 넘는 순익기업으로 소생시켰다.

애플은 그의 실력발휘가 재연되길 간절히 바랐다.

애플의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아멜리오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95년말부터 시작된 애플의 적자는 지난해 1.4분기 그 규모가 사상 최대인
7억4천만달러까지 확대됐다.

한두해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경영가지상사"라고 치부할수 있다.

그러나 이전의 경영진은 비전이 없었고 애플은 업계에서 개발전략의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하고 있었다.

엄청난 적자는 월가에서 애플주식의 투매로 이어졌다.

애플의 대주주들이 매각자제를 선언했지만 소액주주들의 계속된 이탈은
주식거래정지와 이로인한 금융마비우려를 낳는 수준이었다.

대수술에 나선 아멜리오 회장의 접근방식은 뭔가 대단한 비결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겐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기본에 충실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기 스스로도 그렇게 얘기한다.

"이제까지 1년여동안 제가 한 일은 아주 기본적인 것입니다.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분명히 하고 목적을 잃은 조직을 추스려 관리직을
새롭게 임명했습니다.

19억달러어치나 되던 재고를 6억6천만달러로 줄였습니다.

또 영업비용을 15% 감축시켰습니다"

애플은 아멜리오 회장의 단기처방으로 지난해 3.4분기에 비록 규모
(2천5백만달러)는 작지만 흑자반전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착실한 성장기조를 되찾았다는 평가를 얻은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회장취임후 1백일만에 수립한 재건전략이 충분히 효과를 낼
즈음이면 다시 잘익은 사과(애플)가 돼 있을 것이다.

생산라인의 50%축소, 생산모델의 50%삭감, 인터넷분야투자확대로 요약되는
재건전략의 추진과정에서 아멜리오는 3천명정도의 인원을 삭감하는 악역을
담당할수 밖에 없었다.

그는 애플이 고전한 원인은 경영문화에서 찾는다.

기업문화에는 이른바 비즈니스적인 측면의 경영문화와 기술 제품개발이란
측면의 개발문화가 있는데 후자에 대해서는 애플이 나무랄데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써 개발한 기술을 제품화시켰으나 실적으로 충실히 반영시키지
못해왔다.

어그레시브(공격적)한 경영문화가 부족했던 탓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모든 측면에서 A급인 직원만으로 경영한다면 "꼭 이사람이 경영해야
한다"가 있을수 없습니다.

다양한 방법을 구사해 "아주 평범한 직원들"의 질을 경쟁회사보다 높게
만드는 것이 바로 경영이라고 봅니다" 아멜리오 회장은 "조련사"로서의
경영자상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어떤 분야의 기업을 경영하든 반드시 관련기술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스스로는 조지아공대를 나와 20여개의 특허를 갖고 있는 정통 테크니션
(기술자)이다.

"기본적으로 경영의 연속성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기업은 때로 새로운 시각을 가진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인간이나 기업이나 자기를 스스로 채점하는 일은 아주 어려운 것이니까요.

또 그래야 저같은 사람도 영역이 있는것 아닙니까"

자신이 애플의 창업주도 아니고 사내진급자도 아니면서 직원들이 싫어하게
되는 변화를 독려해야 하는 "악역"의 수행, 이것이 그의 천직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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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 43년 : 미국태생 조지아공대 박사과정수료, 벨연구소 입사
<> 91년 : 내셔널반도체 CEO 취임
<> 94년 : 애플컴퓨터 사외이사
<> 96년 : 애플컴퓨터 회장겸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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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