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노동당정부가 지난 6일 집권후 첫 경제개혁조치로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독립을 선언한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라고 본다.

단순히 통화가치안정이나 인플레이션방지라는 원론적인 목적이외에도
눈앞에 닥친 유럽통화통합과 관련해 영국의 진로를 엿볼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만성적인 물가불안및 고질적인 관치금융의 병폐에 찌든 우리경제는
이번 영국정부의 과감한 결단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현재 논의중인 금융
개혁을 보다 강력하게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비록 영국과 우리의 금융시장 발당수준및 금융환경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나아가야 할 방향은 같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재무부가 갖고 있던 금리조정권한을 영란은행이 인수하게
된 것은 영국내에서도 엄청난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예로 런던증시에서 FT100지수가 63.7포인트 오른 45,193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외환시장에서도 파운드화가 1.6212달러에서
1.6373달러로 강세를 보였다.

한때 세계를 주름잡던 대영제국의 중앙은행이지만 독일의 분테스방크나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처럼 강력한 중앙은행의 대열에 끼이지 못하고
이제서야 독립운운 하게된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선 영란은행의 3백년이 넘는 역상서 불과 50년전에야 중앙은행을
공인된데서 알수 있듯이 자연발생적으로 성장해온 금융시장의 시장자율기능
은 당연히 인정돼왔다.

게다가 영국은 전통적으로 관행을 중시하며 의회민주정치가 발달돼
관치금융의 폐해가 원천적으로 방지되었기 때문에 유럽대륙과는 달리
중앙은행의 존재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했다.

어쨌든 중앙은행독립은 노동당정부의 정책방향에 상당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비록 노동당의 정강정책이 크게 변했고 대처리즘을 계승했다고 할
정도로 보수당의 경제정책과 별로 차이점이 없지만 인플레억제및
유럽통합 등의 문제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6%선인 영국의 실업률은 유럽대륙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므로
중앙은행 독립선언과 함께 재할인률을 올림으로써 적극적인 인플레억제
정책을 펼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유럽통화통합에 끝내 가입하지 않을 경우 런던금융시장이 입을
타격, 영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의 철수가능성 등을 고려해 보수당때와는
달리 참가를 배제하지 않을 것같다.

다만 영국여론의 반대를 의식해야하고 통화통합의 참가조건인 경제수렴
기준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99년의 1차통합때는 참가하지
않고 장기과제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노동당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번 중앙은행독립을 그
첫걸음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한보사태의 열병을 앓고 있고 고성장 고물가구조에서 저성장 저물가구조로
전환기를 맞은 우리경제는 중앙은행독립의 당위성이 어느때보다 높다.

중앙은행 독립은 곧 중립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시행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은독립이 거론될 때마다 불거져 나왔던 금융감독권향방은 국내
금융사업의 장래및 국가권력구조의 변화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