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열린 제4차 경제대책회의에 강경식 부총리가 보고한 정부의
물가정책방향은 여러가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최근의 안정분위기와 경기하강국면을 이용해 저물가구조를 구축토록
하겠다는 것이 그 요지다.

물가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 상황에서 저물가구조정착을 들고 나온
정책발상자체를 높이 평가할 만하고 특히 생활물가안정에 역점을 두겠다는
방향설정은 올바른 선택이다.

그동안 정부의 물가정책이 사전적인 예방보다 사후수습에 중점이 두어졌고,
상승률억제 목표달성을 위한 지수관리에 급급해온 점을 감안하면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물가안정이건 저물가구조 정착이건 그 필요성은 새삼스럽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물가불안이 모든 경제행위의 종합적인 원인이자 결과이기 때문에
그 처방이 간단치 않고 많은 고통이 뒤따른다는데 있다.

강부총리가 이번에 제시한 정책방향은 재정긴축 금융활성화 등 거시정책의
안정적 운용방안에서부터, 공공요금억제 고비용절감 경쟁제한제도의 개선
유통혁신 등 종합적인 내용으로 돼있다.

그러나 저물가구조의 정착은 무엇보다도 낮은 비용으로 생산해내는 일이고
다음으로는 유통과정에서의 비용을 줄여 소비자들에게 값싸게 공급하는
것이다.

이중에서도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유통혁신이다.

사실 불합리한 유통구조나 관행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턱없이 높은 값을
치르는 사례는 너무나 많다.

소값이 폭락하는 데도 쇠고기값은 끄떡도 않고 있다거나 산지출하가격보다
보통 5배이상의 값으로 사먹어야 하는 농산물가격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농축산물 뿐아니라 공산품도 마찬가지다.

청바지 화장품 등 주요 수입소비재들의 유통마진이 2백%를 넘어 평균
수입원가의 3배이상 높은 값으로 팔리고 있는 현실이다.

대부분 복잡한 유통경로나 전근대적 물류시스템 등이 그 원인이라는 지적이
일반적이고 보면 이를 개선할수 있는 혁신적 대안마련이 중요하다.

경쟁제한적인 거래관행도 문제다.

의약품이나 화장품 등과 같이 가격표시제를 통해 사실상의 가격담합을
하거나 전자제품 등 전속대리점을 통해서만 물건을 판매하는 것 등은 가격을
내릴수 없게 하는 장치들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제시한 창고형 공장직판장 설립허용이나 대단위
쇼핑몰의 신설촉진등 저가형 유통시설 확충은 기대해 볼만한 대책이다.

사실 유통부문의 경쟁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생산자들에 대한 비용절감의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란 점에서 저물가구조정착의 주도적 역할이 기대된다.

물론 물가안정은 시장기능에 의해 실현돼야 하지만 확고한 정책의지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익단체들의 로비가 있을수 있고 표를 의식한 선심정책이 안정을
해칠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좋은 정책구상도 실행이 뒤따르지 않을 때는 허사임을
강조해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