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거일씨 ''대양해군 논의의 허구''에 대해 반론한다 ]]

김대운 <해양연맹 기획국장>

"바다를 지배하는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과거 로마와 스페인 영국이 그러했고 현재의 미국 또한 그러하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진실은 해양을 통한 값싼 대량수송체계를 대신할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우리 인류는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고 이러한 사실이 가까운 장래에 바뀔 것 같지가 않다는 것이다.

세계를 지배한 이들 나라의 공통 점은 해양을 이용해 무역을 활성화했고,
무역을 통해 국가와 국민의 부를 축적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무역을 보호해 줄수있는 수단이 필요했으며 그 수단은 바로
대양해군의 건설이었던 것이다.

분명히 김영삼 대통령은 95년및 96년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해군은
대양해군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데 이어 97년에는 "대양으로 나가 나라의
주권과 국가이익을 수호할수 있는 전략적 기동전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을
당부한바 있다.

이제 복거일씨가 제기한 몇가지 문제들을 살펴본다.

복거일씨는 "김대통령이 그의 위험한 습관대로 합참이나 국방부와
협의도 하지 않고 혼자 결정했다"는 점과"해군총장이 지휘계통을 밟지 않고
대통령과 직접 협의토록 하여 군간알력을 부추겼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른 주장이다.

경항모 건조계획은 지휘계통상 적법한 절차를 밟아 대통령께 보고한후
재가를 받은 사항이다.

"독도분쟁이 한창일때 대양해군 건설을 직접 김대통령에게 보고하여
결재를 받았다"는 사실도 문제로 제기하고 있는데 이것이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것인가.

오히려 독도분쟁의 문제가 있을때 "경항공모함 문제"를 제기한 것은
지극히 적절한 조치라 하겠다.

국가의 방위는 오늘 뿐만아니라 15년 이상을 내다보고 대비할수 있어야
한다.

현실에만 집착하고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 것은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직무유기에 다름아니다.

경항공모함의 경우 오늘 설계비를 예산에 반영하더라도 실제 건조
완료까지는 15년이상이 걸린다.

또한 복거일씨는 대통령이 경제에 실패한 대통령이라 해서 모든 일에
당연히 실패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같은데 김대통령을
세르비아의 슬로보단 밀로세비치에 비유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김대통령의 경항모 건조문제를 다룬 방식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여태까지의 김대통령의 해양입국에 대한 정책과 소신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그러한 결정에 대하여 이의를 달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군의 전력증강사업은 군사보안의 성격상 국회 국방위원들에게
예산심의를 통해 알려지게 되며 참여 국회의원들의 보안을 철저히 요구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군의 전력증강사업은 복거일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국회와
국민홍보차원에서 공개적으로 토의될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러므로 "바다의 날"이나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축사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포괄적인 내용을 담아 국민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개방적인 민주국가의 관행이다.

복거일씨는 또한 항공모함의 무용론을 주장했는데 항모는 이미 1941년
진주만 공격시 해전의 주역으로 등장한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태평양전쟁은 미드웨이의 항모전에서 결판이 난것을 보아도 무리는
아니다.

세월이 흘렀다고 이유없이 항공모함의 효용성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항모가 더이상 유효한 무기가 아니라면 지금도 제해권을 장악하고
있는 나라들이 대형 항모를 보유하고 있으며 새로이 항모를 건조하고
이를 주력으로 키우는 나라들이 있음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바다로 오는 적은 바다에서 막아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항공모함이 취약점을 갖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잠수함 항공기및 호위함으로 경계진을 형성하며 태스크
그룹으로 작전하는 것이다.

크루즈 미사일은 하나의 무인 유도무기체계이며 유인항공기를 보완할
수는 있어도 항모 그룹을 대체할수 있는 대체세력은 될수가 없다.

항공모함에 적재하는 항공기는 거함-거포시대의 포탄과 마찬가지로 함정의
한 무기체계로서 날아다니고 멀리 가는 포탄과 같다.

육상기지의 공군력은 무한정 날아갈수 있는 포탄이 아니다.

때문에 광대한 해양에서 국가이익을 보호하는 것은 항모를 주축으로하는
세력일수 밖에 없다.

그리고 대양해군은 기동타격 세력일 뿐아니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적이 우리를 얕잡아 보지 못하며, 전쟁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대양해군 건설의 논의는 분명히 활성화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대양해군 건설이 필요한가의 문제도 물론 논의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논의의 초점은 대양해군의 필요-불필요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대양해군을 건설할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를 "내해로 둘러싸인 조그만 나라"라고 생각하는
기본적인 인식에 대해서 말해야 겠다.

복거일씨는 "내해로 둘러싸인 조그만 나라에서 대양해군이 과연
필요한가"라고 묻고 있다.

한번 세계지도를 거꾸로 펼쳐놓고 보라.

우리는 광활한 태평양을 앞마당으로 가지고 있다.

이렇게 되묻고 싶다.

"저토록 넓은 바다를 앞마당으로 가지고 있으면서 연안해군에 머물
것인가"라고.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