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질유 시장에서의 출혈경쟁으로 국내 석유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도 싸면 무조건 좋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조규향 유공사장은 29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99년 시장개방을 앞두고
있는 국내 정유업계는 내수시장의 과당경쟁 보다는 업계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타사가 계속 가격을 내린다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것"
이라고 말해 유공도 빠르면 다음달부터 가격인하전에 본격 가세할 것임을
시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휘발유 가격의 인하여력이 있는가.

"여력이 전혀 없다고 보면 된다.

석유제품의 가격구성은 원재료 비중이 80%를 넘는다.

정제비 등을 감안하면 원가비중이 99%나 된다.

지금도 마진을 까먹으면서 휘발유를 팔고 있다"

-그래도 지난 1년간 휘발유 값은 계속 올랐는데.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고유가 정책에 따라 세금이 늘어난 것을
뿐이다.

정유회사가 마진이나 정제비를 올린 적은 한번도 없다.

리터당 1원을 내리면 정유5사 전체로 1년에 2백억원의 손실을 본다.

지금도 리터당 10~15원 정도씩 내려팔고 있다"

-그래도 쌍용 현대 한화 등은 계속 인하할 움직임인데.

"후발사들이 선발사와 경쟁하기 위해선 당연히 저가전략을 펼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유공은 그러나 업계 리더로서 국내 석유산업을 보호해야할 책임이 있다.

과당경쟁으로 인한 석유업계의 부실화는 소비자들에게도 피해를 준다"

-계속 고가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인지.

"고가정책이 아니라 제값을 받겠다는 얘기다.

대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상품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갈
계획이다.

시장안정화를 통한 마케팅 비용 절감, 생산효율 증대, 연료절감 등을
통해 비용를 줄여 실질적인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다는게
유공의 방침이다"

-저가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에 따라 결국 시장점유율이
하락할텐데.

"현재 시범운영중인 셀프서비스주유소를 하반기 중으로 확대해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넓혀줄 예정이다.

또 시장 추이를 보면서 때에 따라 타사들의 가격인하경쟁에 정면
대응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한편 조사장은 그룹 CI (기업이미지통합) 개정에 따른 회사명 변경과
관련, 현재 SK주식회사 등 여러 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를 오는 10월께
창립 35주년 기념일에 맞춰 선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