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말 미국사회의 정신적 지도자중 한명인 미국기업연구소(AEI) 마이클
노박 교수의 최신작 "소명으로서의 기업"(원제 Businessas a Calling,
한국경제신문사)이 번역 출간됐다.

노박교수는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나아가 베버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해온 인물로 유명하다.

베버는 그의 주저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정신"에서 마르크스의
"토대-상부구조론"을 반박, 이윤을 적극 추구하는 신교도 윤리가 자본주의를
낳았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이윤추구를 사회적으로 합법화시킨 자본주의가 끊임없이 탐욕을
조장하고 관료제에 물들어 인간자체를 소외시킬 수 있다는 점 또한 경고했다.

노박 교수는 마르크스의 자본주의론에 반대한다는 점에서 베버와
일치하지만 자본주의가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점에서 베버와
생각을 달리한다.

그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단순한 시장교환, 사유재산, 사적 이윤추구만을
보장하는 사회질서가 아니다.

오히려 자본주의는 인간의 창의성과 진취성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체제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자본주의(Capitalism)라는 말은 머리를 뜻하는 라틴어의 "caput"에서
나왔다.

자본주의는 부를 가능케 하는 제도이자 창의력 탐구정신 그리고 모험심
같은 인간정신을 지향하는 제도다"

그는 자본주의의 역사적 대안에 대한 논의 자체를 거부한다.

자본주의야 말로 그 어떤 제도보다도 가난한 사람들을 빈곤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 제도이며 민주주의의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주장한다.

"과거 사회주의권이나 제3세계 국가의 빈민들이 자본주의 국가로
이민가려고 줄을 선 점에서 자본주의의 우월성이 입증되며 동아시아
국가들이 민주주의를 시도하는 배경에는 자본주의의 도입과 성공이 깔려
있다"

노박 교수는 인류사회의 영원한 "이념형"으로 민주자본주의를 제시한다.

정치적으로 다수의 의견이 중시되는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경제적으로
경쟁원리를 통한 생산력 증대가 가능한 자본주의가 완성되는 사회다.

일부에서 논의되는 스웨덴식 자본주의는 민주자본주의의 한 유형에 다름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그렇다면 민주자본주의를 성공시키는 요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기업뿐이라고 그는 대답한다.

"국가나 정당이 고용과 가난을 해결하고 복지를 보장할 수 있으며 계급
투쟁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던 모든 실험은 끝났다.

기업만이 가난한 자의 빈곤을 해결하고 기회와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다"

민주적 자본주의의 희망인 기업에 그는 소명의식을 가질 것을 당부하며
사업의 측면에서 합리적 수익 증대, 직업 창출, 창의성 증진 등 7가지를,
사회적 측면에서 인간존엄성 존중, 사회정의 실천, 자유 보호 등 7가지를
각각 주문한다.

노박 교수의 이런 견해는 그러나 국내 사회과학계 일부로부터 인간을
교리에 충실한 종교적 존재로 간주, 자본주의 사회를 이상적으로만
그려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