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이회창 대표가 이른바 "정태수 리스트"를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는지 여부를 놓고 당내 민주계를 비롯한 상당수의 인사들로부터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다.

이들은 이대표가 검찰소환 대상자 명단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 그동안의
소환정국에서 보여온 처신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민주계의 일부 인사들은 "이대표가 "법대로"를 주장하면서 자신에게
다소 비판적인 민주계 인사들의 소환을 즐긴 측면이 있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4일 오전 이대표 주재로 열린 당직자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 관심사로
등장했다.

이대표와 이대표계로 분류되는 하순봉 대표비서실장, 이윤성 대변인 등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고, 이들은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면서도 사안의
민감성 때문인지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대표도 기자들의 계속된 질문에 대해 "보도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하실장도 "비서실에 그런 것을 물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정태수 리스트"에 포함됐던 의원들은 "설마 그럴 리가 있었겠느냐"고
반신반의하면서도 "만약 사실이라면 당대표의 처신에 대한 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대변인의 당직자회의 브리핑은 이대표의 사전인지 여부를
둘러싼 당 저변의 의구심에 기름을 붓는 겪이 됐다.

이대변인은 "소환정치인 33명가운데 당소속 의원들이 포함된데 대해
당대표로서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어떤 기관
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명단을 통보받은 적은 없다는게 이대표의 공식 입장"
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대표로서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부연해 구구한 억측을
불러 일으켰다.

이대표가 특정기관으로부터 소환정치인 명단을 공식 통보받지는 않았다해도
"비공식 루트"를 통해 명단을 사전에 확인한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이대변인은 "나로서는 더이상 할 말이 없다"며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알고는 있었을 것"임을 은연중 시인했다고 볼수 있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