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환시장에서 일별 외환가격이 역전되는 이상징후가 이어지고 있다.

금리차이를 반영해 결제시점이 길수록 높아져야 할 외환가격이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것.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당일거래치 "투데이" 가격은 오전 10시30분께
8백92원60전이었다.

그러나 당시 익일결제치인 "탐"과 3일 결제인 "스폿" 가격은 각각 8백92원
50전을 기록, "투데이"보다 오히려 낮았다.

이런 현상은 이날뿐만 아니라 최근 열흘이상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구조가 왜곡되고 "투데이"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들은
외환 매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론대로라면 당일 외환가격이 다음날 외환가격보다 달러당 16전~17전
낮아야 한다.

현재 양국 통화의 금리차이를 감안할때 나타나는 가격차다.

이같은 정상적인 가격흐름이 왜곡된 것은 지난 2월부터 시작된 한국은행의
선물환 개입에서 그 원인을 찾을수 있다.

한국은행은 개입초기 선물환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선물환 매도가격을
달러당 3~4전 낮춰주는 등 "덤핑공세"를 벌였다.

은행들은 "싼 값"에 선물환을 집중 매입했다.

그런데 은행들은 지나치게 많은 선물환을 사들인 나머지 외국환 관리
규정상의 "현물환 매도 한도" 초과문제에 봉착했다.

매입한 선물환의 리스크를 커버하는 차원에서 매입액 만큼의 현물환을
팔아버렸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외국환 관리 규정상의 현물환 매도 한도(은행자본의 3%)를
지키기 위해 부랴부랴 "투데이"를 사들이게 되고 "투데이" 가격도 오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처럼 "투데이" 매입을 통해 메꿔야 할 물량은 1억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가격역전현상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의 모딜러는 "기본적으로 외환시장의 후진적 구조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며 "당장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 조일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