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총회장 차남 원근씨와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킨 가운데 열린 23일의 한보청문회는 증인들이 김현철씨의 관계,
각종 특혜및 이권개입 의혹 등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면서 맥없이 진행.

첫 증인으로 출석한 정원근씨는 한보의 정.관계로비 의혹을 캐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시종 차분한 어조에 "나는 경영에 별 관심없는 사람"이라는 투로
답변.

정씨는 "고려대 경영학과에 입학한뒤 전공선택을 잘못했다고 생각했다"면서
"동생 보근이는 어렸을 때부터 경영에 관심이 많았고 의욕적이었다"고 설명.

정씨는 또 "현철씨와는 95년봄 강남 라마다 르네상스호텔 건너편의 룸살롱에
함께 간 것 외에는 없다"며 유착설을 부인.

<>.여당 특위위원들은 이동통신 회사측이 실무착오로 정보근 한보회장의
휴대폰 통화기록을 특위사무실보다 국민회의 이상수 의원 사무실에 먼저
제출한 사실이 밝혀지자 몹시 불쾌한 표정.

이같은 실수는 이의원측으로부터 기록제출을 재촉받은 회사측과 배달을
맡은 용역업체가 이의원이 통화기록관련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착각해
빚어진 것이라는 후문.

의원들은 이날 공개된 통화기록에 통화일시와 시간 통화요금 착신전화번호
등이 들어 있어 전화번호를 모두 추적하면 한보철강의 부도과정에 개입한
인사들의 면면을 샅샅이 파악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신세기이동통신측이 제출한 통화기록의 경우 부도가
난 1월23일 전후 통화일시가 순서대로 기록돼 있지 않는 등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며 "누락" 의혹을 제기하기도.

<>.이날 오후 청문회 증인으로 나온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은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안기부 부훈을 묻는 국민회의 김경재 의원에게
"잘 생각이 안난다"고 답변했다가 "그것도 모르냐"는 추궁을 받자 "3주동안
몸살을 앓고 나서 정신이 없다"고 해명.

김전차장은 답변도중 안면경련으로 고통스러운듯 종종 고개를 숙였다 다시
자세를 가담듬기도 했는데 "안면근육 이상증세로 술을 3년반동안 하지 않고
있다"며 각종 룸살롱 회동설을 전면 부인.


<>.김 전차장을 상대로 한 신문에서 자민련 이인구의원이 "안기부가
지난해 총선에서 여당의 특정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지원했는데 2명의
한보특위 위원도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며 진위를 추궁하자 여당의원들은
이의원에게 일제히 진상을 밝히라며 격렬히 항의.

이에 현경대 위원장은 이의원의 신문이 끝난뒤 "의제와 관계없는 신문을
삼가달라"고 주의를 환기.

이어 신문에 나선 신한국당 이사철의원도 "이름을 공개하라"고 발끈.

<허귀식.김태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