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귀한 재료와 값진 향신료로 만든 산해진미 뒤에 맛보는 상큼한
야생과실.

"천장지구3" (감독 두기봉)은 섬 한 컬트, 현란한 컴퓨터 합성화면,
첨단 SF영화에 지친 고전적 영화팬에게 권할 만한 순수한 사랑얘기다.

"천장지구" 시리즈 1편은 90년 유덕화 오천련 주연으로 만들어졌다.

이번 작품은 곽부성 오천련 주연의 94년작에 이은 3탄.

3편 모두 두기봉 감독이 만들었으며 원제는 "천약유정"이다.

1편이 90년대 홍콩을 배경으로 한 격정적인 사랑인데 반해 3편은 30년대
중국대륙에서 벌어지는 지순한 순애보다.

하지만 이 시리즈가 말하는 것은 늘 같다.

신분차이를 넘어서고 죽음까지도 초월한 사랑.

한순간에 반하지만 가혹한 시련을 통해 헤어졌다가 결국 그것을
극복하고 맺어진다는 기본구성도 마찬가지다.

"천장지구3"의 배경은 중일전쟁이 한창인 30년대 중국.

옥수수밭이 넓게 펼쳐진 어느 농촌마을 (장춘 현지 로케)에 전투기
한대가 추락하고 부상당한 조종사 (유덕화)는 인가로 옮겨진다.

극진히 간호하던 마을처녀 소화 (오천련)는 조종사와 사랑에 빠진다.

소화에게는 집안이 정해준 정혼자가 있지만 그것도 이 사랑을 막지
못한다.

회복된 조종사는 귀대하고 소화는 그를 찾아나선다.

두사람은 반갑게 해후하지만 명문대가인 그의 집에서는 소화를 달가워
하지 않는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비행에 나서는 조종사.

모든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기다리는
소화의 모습에 조종사의 어머니는 감동하고 결국 받아들인다.

90년대말 홍콩 제작진이 만들었다는 게 의심스러울 정도로 진부한
신파조 이야기.

그러나 감독은 애절한 감정을 빚어내는데 성공하고 관객은 기꺼이 눈물
흘리게 된다.

19일 중앙극장 개봉.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