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신도시 주민들에게 "구식쇼핑"의 즐거움은 물론 볼거리 맛거리 등을
선사하며 낭만의 쉼터가 돼왔던 일산5일장.

이 장터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면서 이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주민 공감대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회색빛 콘크리트 숲에 갇혀 사는 신도시 주민들에게 그나마 따스한 고향의
정취를 안겨주던 장터마당이 도시개발의 물결에 밀려 사라지게 된 때문이다.

고양시 일산구 일산역에서 3백10번 지방도로로 나가는 길목에 서는 일산장
은 도시개발로 위기를 맞게 됐다.

장이 서던 그 길목에 일산~신도시~자유로 연결 국도가 다음달 개통돼 다른
장소를 구하지 못하면 폐장이 불가피해진 것.

매달 3일부터 닷새간격으로 열리는 이 장은 지난 1908년 경의선 일산역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돼 모란장 김포장 포천장과 함께 경기지역 4대
5일장으로 꼽혀 왔다.

토박이 주민들에겐 90년간의 역사를 제공해 줬고 신도시 주민에겐 아련한
고향의 "정취"를 제공해 왔다.

신도시가 건설되면서 일었던 폐장위기론은 입주가 속속 이뤄지고 장꾼들이
오히려 더 몰려들면서 사라지는 듯했으나 고양시당국이 이번만은 "입지"
사정이란 점을 들어 폐장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형편이다.

주민들은 이에대해 성남 모란장이 분당신도시가 들어선 뒤에도 전국적
명소로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다며 시 당국의 선처를 기대하고 있다.

고양시는 장터 인근 천주교 교단의 빈터를 임대해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껏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또 5일장을 개최하는 일산시번영회측은 시유지인 우산마당쪽 빈터를 사용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등 5일장의 문제 해결은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힘들여 새로운 명소를 만들려 하지말고 지금 있는 곳을 지키는게
더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 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