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필 경이 주창한 1846년의 곡물법 폐지는 영국의정사에 가장
격렬한 논쟁을 부러 일으켰던 사안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필이 곡물법을 언제나 반대하는 입장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뒷날 수상이 된 벤자민 디즈레일리는 그 점을 빌미로 의회에서 필을
부정직한 인물이라라고 몰아세워 난처하게 만들었다.

당시 디즈레일리 자신도 필을 그처럼 비난할수 없는 처지였다.

그는 1841년 수상에 당선된 필에게 내각 입각을 부탁하는 편지를 보낸
일이 있었던 것이다.

필은 의회에서 디즈레일리에게 "나를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면서 어떻게
내밑에서 일할 마음을 같게 되었으냐"고 물었다.

이에 디즈레일리는 그런 사실이 없었다는 거짓말로 맞섰다.

"나는 이 자리에서 그러한 일이 결코 없었음을 단언할수 있습니다.

나는 어떤 자리도 부탁한 적이 없으며 그런 일은 내 성격에 전혀 맞지
않습니다"

이러한 드즈레일리를 훨씬 능가흐는 거짓말장이 정치가는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였다.

그는 바바리아의 당국자들에게 소동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서약하고 난뒤
곧바로 소요를 일으켰는가하면 화펜정부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서도
그 정부와 맡섰다고한 그는 뮌헨 쿠데타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자살을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 쿠데타가 실패했는데도 여전히 살아 있었다.

거짓말에는 여러가지 성격의 것들이 있다.

부당하게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는 거짓말, 한 사람에게 이익을 주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해를 끼치는 거짓말, 아무에게도 해가 가지 않고
누군가에게 이익을 주는 거짓말,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거짓말
등이다.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부당하게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고 한
사람에게 이익을 주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해를 끼치는 악의의 거짓말이다.

공인이 그러한 거짓말을 하는 경우에는 그 파장과 해악은 크다.

요즘 진행중인 한보사건 국회청문회와 검찰 수사과정에서 일부 관련
정치인들과 인사들이 보여준 거짓말 행태는 국민들에게 지도층 전반에
대한 불신이라는 깊은 상처를 남겨주었다.

앞으로 일것을 어떻게 불식시켜 갈 것인지 크게 우려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