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검찰이 김수한 국회의장 소환조사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회 한보국정조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불거져 나온 검찰의 정치인 소환
조사 배경에 대해 여야가 의혹의 시선과 불만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터져나온
입법부 수장 소환조사 방침으로 양측간 갈등의 골이 깊어만 가고 있다.

여야는 검찰이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으며 정치인의 명예와 입법부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검찰을 몰아세우고 있는 반면 검찰은 이같은 정치권의
반발을 검찰권에 대한 도전이라며 정면 대응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우선 김의장측은 검찰내부로부터 김의장을 금명간 소환조사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자 "입법부 수장에 대한 모독이자 국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당사자인 김의장은 15일 "검찰로부터 어떠한 통보도 받은 바 없다"며 한보
자금 수수여부에 대해서는 "입법부 수장으로서 가타부타 말할 입장이 아니다"
고만 밝혔다.

김의장은 그러나 소환조사설이 나온 14일오전 민주계 중진인 서석재 의원을
만나 "개인 김수한은 검찰이 부르면 언제든 갈수 있지만 국회의장 김수한은
결코 그럴수 없다"고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장의 이런 입장은 청와대를 방문한 서의원에 의해 김영삼 대통령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본태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15일 "확인되지 않은 무근한 사실을 어디선가
불순한 방법으로 흘려서 여론을 오도하려고 하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김의장의 불편한 심기를 전했다.

그는 "국회의장은 민주주의의 한 기둥인데 이에 도전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훼손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의장의 한 측근도 "국회도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국정조사를 하지
않고 수사검사의 국회출석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면서 "검찰의 김의장 소환
방침은 "3권 분립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한국당은 물론 국민회의와 자민련도 대체로 입법부 수장에 대한 소환은
문제가 있으며 "절차"와 "예우"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특히 형이 확정되기 전에는 어느 누구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받아야 하며 여기엔 정치인도 예외가 아니라는게 대체적 견해다.

일부에서는 검찰의 정치인 공개소환이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등 검찰에 대한 정치권 반발강도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검찰태도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을 국회 한보국정조사특위에 불러내 죄인
다루듯 모욕을 준데 대한 반발감이 정치인 수사의 한 배경이 되고 있는게
아니냐는 시각이 없지 않다.

정치권일각에서는 그러나 법을 만들고 법을 고치는 권한을 갖고 있고 솔선
해서 법을 잘 지켜야 할 국회의 수장이 검찰조사를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법률가적 양심에 따라 옥석을 가릴 것이라며 정도수사의
굳은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검찰은 나아가 소환조사가 예정된 33명중 최소한 5~6명은 재소환과 함깨
사법처리할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통상적으로 보아 돈을 건넨 사람은 사실관계를 비교적 정확히 기억하는데
비해 받은 사람은 이를 고의든 아니든 일단 부인하게 마련이라는게 검찰의
시각이다.

따라서 금품수수사실을 입증할만한 정황증거가 확보돼 있는 만큼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할 경우 여야 중진들의 형사처벌도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 김삼규.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