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리스트" 연루 정치인의 대거 소환으로 여권이 걷잡을수 없이
흔들리자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가 검찰에 "외압"을 행사한다는 비난을 감수
하면서까지 진화작업에 앞장 서고 있다.

이대표는 14일 아침 당내 3선의원 16명과 조찬을 함께하며 의견을 수렴했고,
15일에는 초선의원들과의 모임을 추진하고 있다.

조만간 김수한 국회의장 김덕룡 김정수 의원 등 민주계 중진들과도 개별적
으로 만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대표는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긴급면담을
가졌다.

이대표의 이같은 움직임은 당이 구심점없이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것은
외부적인 요인이 있긴 하지만 그만큼 자신의 지도력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한보정국이 끝나고 "낙마"할 것이라는 당내 일부 관측대로
이대표가 정치적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으로 정국분위기
가 잡혀가고 있기도 하다.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발언이긴 하나 일부 초선의원들은 벌써부터 신당
창당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을 정도로 당이 구심점을 잃어가고 있다.

이대표에게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 됐다.

이대표측은 대표 취임후 당내의 불공정 경선시비를 우려, 행동을 자제해
왔으나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당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관측까지도 당내에서 제기되는 상황에서
경선문제는 사후문제이고 일단 당부터 살려놓고 봐야 한다는 것이 이대표의
생각인 셈이다.

당을 제대로 수습할수 있느냐 여부가 "경선 통과"의 지렛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보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이대표가 검찰의
정치인 소환조사에 문제점을 제기하며 기성 정치권의 분위기를 대변하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여론의 "불리"를 각오하고 라도 한보정국을 조기 매듭
지어야 한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대표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내 최대 계파로 그동안 자신에게
매우 비판적이었던 민주계가 불만을 누구러 뜨릴지는 미지수다.

민주계의 상당수 인사들은 실질적인 정국주도 능력을 갖지 못한 이대표가
외관상 그러한 움직임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표는 대표취임때 얘기됐던 "기회와 위기"의 어려운 국면에 처했다고
볼수 있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