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을 국민축제로" "온 누리에 자비의 연꽃향기를"

불교계는 불기 2541년 부처님 오신 날 (5월14일)을 앞두고 12일부터
다채로운 봉축행사를 펼친다.

조계종과 천태종, 태고종 등 불교 각 종단은 이달부터 한달여동안
전국 1만2천여 사암을 중심으로 경축행사와 문화예술행사를 개최키로 하고
범국민적인 축제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예년처럼 모든 종단이 함께 참여하는 연합행사가
올해는 사실상 없다는 점.

최근의 매끄럽지 못한 불교계 내부사정에 따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아닌 조계종 단독으로 부처님 오신 날 봉축위원회(위원장 송월주)를 구성해
행사가 치러질 전망이다.

올해 봉축행사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를 주축으로 했던 지난해와 달리
조계종이 주최하고 종단협의회가 후원하는 형식으로 치러진다.

봉축위원회 (위원장 송월주)가 정한 올해의 주제는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밝게".

우리사회의 그늘진 곳과 고통받는 이웃이 함께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전통문화에 현대감각을 가미해 "국민과 함께 하는 종교
축제"로 펼쳐진다.

총 예산은 5억2천만원.

지난해보다 1억여원이 늘어난 액수다.

봉축행사를 보면 연등축제와 법요식, 시청앞 점등식 등 경축행사와
봉축음악회, 영산대재, 봉축사진전 등 10여개의 문화예술행사가 잇따라
펼쳐진다.

이밖에 애기봉 OP점등식, 연꽃노래잔치와 어린이.청소년행사도 곳곳에서
열리며 최근 공개된 해인사 비로자나불 복장유물에 관한 발표회 등 각종
학술행사도 마련된다.

올해 봉축행사의 하이라이트는 5월11일 오후 2~10시 서울 동대문운동장과
종각사거리 사이를 전개되는 연등축제.

우리민족 고유의 축제였던 연등회와 팔관회의 의미를 계승, "보는
축제"에서 "참여하는 축제"로 만든다는 계획.

이 연등축제는 동대문운동장 종로 조계사 구간을 행진하며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내게 된다.

올해는 특히 연꽃 모양의 전통등뿐 아니라 다양한 창작등도 새롭게
선보여 제등행렬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각종 캐릭터 인형과 애드벌룬,
번, 만장도 등장해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이번 봉축행사로 의미를 더하는 것은 처음으로 시도되는 전통 등 복원과
한복입기운동이다.

봉축위원회는 문헌에만 나오는 코끼리 등, 수박 등, 감등, 탑등, 북 등을
비롯한 20여종의 전통 등을 복원해 일반에 선보이고 우리옷인 한복을
광범위하게 보급키 위해 생활한복 바자회 (5월3~7일)를 개최하는 한편
우리옷입기 캠페인도 벌인다.

또 시청앞광장에서는 5월2일 오후 7시 점등식이 열려 찬란한 불빛이
사바세계를 밝히게 되며 부처님 오신 날인 5월14일 오전 10시에는 서울
조계사 등 전국 사찰에서 법요식이 거행된다.

"깨달음의 사회화"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조계종은 장애인 큰잔치,
군부대 위문, 외국인노동자법회, 노인.재소자위문 등 14가지 자선행사도
동시에 실시한다.

특히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한 동포를 위해 한민족공동체 성금모금도
대대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천태종 등 기타 종단은 조계종과 같은 대규모 거리행사를 갖지 않는
대신 종단소속 사찰에서 다양한 경축행사를 갖는다.

천태종의 경우 이달 18, 19일 종단 최대 사찰인 부산 삼광사에서
53존불 9층대보탑 낙성식을 10만여명의 신자가 참석한 가운데 봉행하며
5월19일에는 서울 국립극장에서 천태예술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