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라면 미국 의회를 연상하리 만큼 거의 일상적으로 열린다.

청문회의 종류도 다양해 법 제정-개정을 위한 입법청문회, 비리 등을
다루는 조사청문회, 장관 등을 불러 행정을 감시하는 감시청문회, 공직자
자격 심사를 하는 인준청문회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우리 국회법 61조에 해당하는 청문회는 조사청문회다.

미국에서 청문회가 정착한 이유는 철저한 사전조사와 충분한 시간,
그리고 상호 예의 지키기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위원회 전문위원들은 해당사항을 철저히 사전조사해서 증인을 선정하고
질문을 준비한다.

그래서 의원들은 자료에 입각해 추궁하거나 확인을 하며 목청을 높이지
않는다.

또 청문회 기간도 매우 길어서 대표적인 청문회였던 워터케이트사건은
9개월여 열렸고 콘트라사건은 15개월이나 소요됐었다.

선진국중 영국 독일 일본 등 내각책임제 국가는 청문회제도가 없거나
있어도 별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

영국은 17세기말에 청문회제도를 도입했으나 활용도가 미미한 형편이고
독일은 청문회 제도가 없으며 일본은 청문회제도를 닮은 증인환문제도가
있지만 이를 통해 정치비리가 드러나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

유럽에선 대통령제인 프랑스스만 비교적 청문회가 활성화돼 있는
편이다.

청문회의 목적은 비리 진상을 파헤치는 것뿐 아니라 유사한 비리의 재발
방지에 있다.

따라서 미의회는 청문회 결과를 반드시 보고서 형태로 발간한다.

74년 워터케이트 조사 위원회가 발간한 방대한 보고서는 행정부의
권력남용을 막기 위한 35가지 재안이 포함돼있으며 이중 상당부분이
그 해말 제정된 선거자금개혁법에 반영됐다.

국회 한보청문회를 TV로 시청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먼저 특위위원들의
사전준비 부족에 크게 실망했다.

특위 위원들은 시간이 없다고 말면서도 중복된 질문을 반복했고
위원간의 연계작전이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진상 규명보다는 당리 당략이나 정치선전에 급급하는 모습이었다.

이 수준으로 청문회가 계속된다면 한보청문회란 국민의 불만을 일시
적으로 해소하고는 통과의례가 되고 말 뿐 별다른 성과없는 청문회가 되고
말것 같다.

특위 위원들은 책임의식을 새로이 다지고 분발해야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