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시장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은 가뭄끝의 단비처럼
반가운 일이 아닐수 없다.

지난해말 6~7달러선까지 떨어졌던 16매가D램 국제현물시장 가격은
최근 10~11달러선까지 회복됐고 2.4분기 중에는 12~13달러선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같은 전망은 수용측면에서 볼때 컴퓨터회사등의 신제품 출시에
따른 D램 수욕가 본격화 되는 시점인데다 여름툭수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공급측면에서도 한.일반도체업체들의 감산기조가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가격상승세를 유지시키는 버딤목 구실을 하고 있다.

이에따라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올해 매출액과 순이익 목표치를 10~15%
초과달성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고 한다.

현대 경제사회연구원은 올해 반도체수출이 작년에 비해 10.9%가 늘어나
1백98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밝은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반도체시장에 회복기미가 보인다고 해서 너무 곤 기대를 거는
것은 금물이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최근의 가격상승은 한.일업체들의 자율적인 감산에 근원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고로 감산을 통해 가격을 유지하려는 국제간의 협력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긴 설명이 필요없다.

여기에 16MD램 값이 13달러선에 이르면 대만이 손익분기점을 넘기게
돼 생산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될 경우 세계 메모리반도체시장은 또다시 공급과잉에 빠지게
될것이 뻔하다.

반도체가격의 회복기미는 분명 반가운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과거와 같은
호황을 기대하기 보다는 차제에 우리는 우리경제의 지나친 반도체의존체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과거, 우리의 반도체산업은 총수출의 1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톡톡히
효자노릇을 해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부침이 심한 반도체경기의 생리상, 반도체 단일품목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고 산업구조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우리의 수출은 반도체 하나만 믿고 있다가 예상치
못한 가격하락에 손쓸 겨를도 없이 당하고 만꼴이 되지 않았던가.

문제는 지난해의 반도체쇼크가 본격적인 반도체 저성장시대의 예고편
이라는데 있다.

세계반도체통계기구(WSTS)는 D램시장이 내년부터 살아나긴 하겠지만
99년의 시장규모(3백86억달러)가 지난 95년수준(4백8억달러)만도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론은 자명해진다.

D램중심의 메모리위주에서 빨리 벗어나 전세계 반도체시장의 72%를
차지하는 비메모리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

최근 메모리산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국내업체들도 수익구조가 안정적인
비메모리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음은 때늦은 감이 있으나 다행한
일이다.

정부터 업계의 이같은 비메모리분야 진출노력에 정책면에서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