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침대로 돌아와 초이옆에 곱게 눕는다.

제인은 갑자기 마약의 금단현상에 시달리면서 무엇이든 두들겨 부수고
이 시커먼 룸에서 달려나가고 싶다.

그녀는 자기가 몸을 팔러 들어간 모든 룸들이 블랙홀처럼 느껴졌고 입을
벌리고 있는 상어의 무시무시한 검은 목통처럼 공포스럽게 느낀다.

잔인한 짐승들의 이빨에 의해 그녀는 파멸할 것만 같다.

그녀는 자기의 선병질적인 약한 정신력에 진저리를 치면서 울어버리고
만다.

"이봐 미자. 울지마, 제발. 너는 중독자도 아니면서 무얼 대마초를
더 피우려고 해. 우리는 이미 러브메이킹을 끝냈지 않아. 러브메이킹후에
저런 것이 무엇이 필요해? 안 그래"

그는 선량한 두아이의 아버지로 돌아와 있다.

제인은 그의 목을 끌어 안으며 그의 차가운 목에 입을 맞춘다.

"고마워요. 초이"

그러나 그녀는 침묵속에서 그의 목에 입맞춤만을 계속한다.

한대만 피우면 이 허망한 마음을 날려 보낼 수 있을것 같았어요.

그러나 그녀는 침묵속에 그의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무엇인가로 이 중독증상에서 해방되고 싶다고 몸부림친다.

"이봐, 지금 몇시지? 한타임 더 뛰면 열두시가 넘겠지"

좀 더 엔조이를 못해서 억울한 거다.

그러나 그의 온 몸은 오그라든다.

무시무시한 버크셔 마누라의 우람한 모습과 부릅뜬 사나운 눈과
"이 멍청아, 그래 나하고의 약속을 또 안 지킬거야?"

마누라를 상상하면 언제나 가슴이 서늘해진다.

"미자, 내 전화를 가져와 봐. 핸드폰이 그 상의 호주머니에 있어"

훈련 잘 된 종처럼 그녀는 그의 상의에서 검은 빛깔의 조그마한
핸드폰을 집어낸다.

그러면서 그 핸드폰 옆에서 만져지는 대마초를 싼 종이를 감지한다.

바로 그녀가 초이에게 핸드폰을 넘겨주려는 찰나에 핸드폰이 울린다.

재빠른 동작으로 초이는 귀에다 핸드폰을 바싹 갖다대면서 다정하게
웃는다.

"응 당신이야? 여기 팔당인데 차속에 있어. 돌아가는 중이야"

"팔당에서 밤에 무슨 물고기를 낚고 있어요?"

"맞아. 알이 통통하게 밴 생선 매운탕을 먹고 친구들과 지금 막
헤어졌어. 아이들은 다 잘 자고 있지? 곧 갈게.

자동차를 살살 몰아서 갈거니까 가다가 순경에게 걸리지 않는한
30~40분안에 들어갈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만 자고 있어. 미안해 여보
달링! 나는 그대 없이는 정말 세상이 재미 없어. 그대는 내사랑! 목숨보다
더 귀중한 나의 스윗핫! 아이러브유"

여자를 옆에 누이고 있을 때의 그의 음성은, 또 그의 충성은 나는
새라도 잡아서 꼬치구이를 해 바칠 정도로 열렬하다.

"당신 나에게 너무 상냥한걸. 그럴 때가 제일 위험한 순간이래. 엄마가
그랬어"

명회장의 막내 며느리는 정말 재벌집의 막내딸답게 선량하고 죄를
모른다.

그녀는 초이가 자기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다는 세리프를 믿고 있다.

그것도 아주 굳세게.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