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외국 경제전문가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최근 1년간 진단을 모아
한국개발원부설 국민경제연구소에서 낸 "밖에서 본 한국경제"라는 자료는
그 내용이 전혀 새로울게 없다는 점에서 그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새뮤얼슨, 클라인, 삭스, 돈부시 등 석학들의 진단이 평범한 우리들의
그것과 조금도 차이가 없다는 점이 오히려 신선하고, 바로 그런 점에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를 더욱 분명하게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비효율성은 정부규제에서 비롯됐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작은 정부가 필요하다" "금융산업 경쟁력강화를 위해서는
금융기관간 업무장벽제거와 신규진입에 대한 규제가 없어져야 한다"는
지적들은 외국 전문가들의 입에서 나오기 전에도 귀에 못 박이도록 들은
내용들이다.

또 그것들은 지금도 정부에서 해결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과제들이기도
하다.

따지고보면 우리 경제의 진정한 문제는 10년전에 숙제였던게 지금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는 바로 이점일지도 모른다.

정말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어쩌면 10년 뒤에도 앞에서 지적한
"숙제"가 여전히 숙제로,심심하면 되풀이되는 토론의 주제로 남아있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제가 장기적 성장을 유지하려면 고급두뇌중심의 인적자본
양성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도움말"도 결코 처음듣는
것은 아니다.

또 "한국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노동시장이 보다
신축적이어야 한다""한국 기업은 전통적으로 감원을 하지 않으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정리해고가 어쩔수 없는 선택이다"는 지적은
감정적인 거부감도 적지 않지만 경제논리를 존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보편화된 인식이다.

지난번 노동법개정도 그랬지만 우리 사회에서 정치 사회적인 감정.논리는
그 타당성에 관계없이 경제논리에 우선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산업정책의 입안.집행과정을 보면 확연히 알수 있다.

"한국에서의 재벌문제 논의는 경영효율성보다 경제적 민주주의에 근거한
감정적 측면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대기업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것보다 대기업에 집중된 경영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되는지가 문제다"라는 외국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한국 경제가 개방체제로 되면 대기업도 경쟁에 의해 무너질수 있으므로
경제력집중이나 중소기업과의 갈등은 문제가 되지않을 것이다"는 외국
전문가들의 지적은 국내 전문가들도 공감하는 경제논리지만, 현재의
산업정책과는 현저한 괴리가 있는 것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경제의 가장 큰 취약점은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게 너무 많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항상 "총론찬성 각론이견"으로 결국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한채 해묵은
과제들을 미루고만 있는 현실은 무엇때문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경제논리가 우선하는 경제운용이 정말 시급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