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죽음을 인식하는 유일한 동물일까.

프랑스 아날학파의 필립 아리에스의 대답은 "잘 모르겠다"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인간만이 매장할줄 아는 동물이라는 것에 대해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한다.

따라서 묘지는 바로 인간 역사를 말해주는 매개체라고 그는 본다.

저자는 이 책에서 3분의1 이상의 분량을 묘지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다.

공간 개념, 묘비 형태 변화 등을 세밀히 다룬다.

또 하나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각 시대에 따라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양식이다.

우선 각 시대에 따라 죽음을 표현하는 방식을 집중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죽음을 표현하는 기본적 방식은 도사이 그것이
묘소에 남아있는 유형의 유물이든, 인간 자신이 창조한 이콘 (회화나 부조
등) 이든간에 도상들은 각 시대의 문화를 잘 엿볼수 있게 한다.

저자는 죽음의 의미 추적을 통해 살아있는 문화를 보려고 한다.

이를 염두에 두고 책에 삽입된 4백18점의 도상을 잘 훑어보면 과거의
문화를 이해하고 앞으로의 문화 변천을 예상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 필립 아리에스 저, 유선자 역, 동문선 간, 전 2권, 각 8천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