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내과진찰을 받기 위해 클리닉이 있는 건물의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였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10명도 넘는 유치원생들과 선생님같은
두 여자가 우르르 밀어 닥쳤다.

그 엘리베이터는 소형이라 그많은 사람들이 타기에는 위험했으며 발디딜
틈도 없는 상황인데도 그 인솔자는 아이들을 짐짝처럼 밀어넣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다음번 승강기를 탈 것이고 아이들은 그로인하여
기다리는 예의를 배웠을 것이다.

모범을 보여야 하고 가르쳐야 할 인솔자의 행동에 화가 나 한마디
했더니 인솔자 중 한 여자가 당신이 내가 누군지 아느냐고, 이 애들중
한명의 엄만데 잔소리하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백화점 주차장에서도 마찬가지였었다.

주차했던 차가 빠져나가자 마자 뒤늦게온 차가 들이댔다.

새치기를 하고도 당당하게 내리는 젊은 부부는 서너살쯤 되는 아이를
동반하고 있었다.

얌체스런 행위에 대해 얘기했더니 먼저 세우는게 임자라면 핏대를
올리는 이는 애엄마였었다.

인간의 성격은 6세이전에 거의 형성된다.

이 시기에는 호기심이 많고 모든 것을 흉내내고 싶어하며 특히 어른의
행동을 모방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참 예의범절과 기초질서를 훈련받아야 할 시기에 어른들이 보여주는
극도의 이기적 성향, 무질서와 언어의 폭력은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을
어떻게 오염시키고 있는가.

초등학생들이 학교앞 문방구에서 놀거리를 사기 위해 외상거래를
하고, 대학생들은 학생증으로 고리의 사채를 빌려 쓴다는 얘기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한술더떠, 이제는 과외뚜까지 등장하는 세상이다.

한 국민의 정서와 아이덴티티는 무엇인가.

조용한 아침의 나라 동방예의지국의 국민으로 키우는 것이 우리 교육의
당면과제다.

어느 교수는 "당신의 자녀가 흔들리고 있다"고 썼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엄마, 바로 당신이 자녀를 흔들고 있으니 그렇다.

교육문제를 풀기 위해선 부모 특히 어머니들을 위한 재교육이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