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때만 되면 서울 시내 유명 백화점의 상품권 판매창구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거린다.

반면 지하 1층에 자리잡은 갈비 정육 청과 등의 매장은 갈수록 손님이
줄어든다고 울상이다.

상품권이 선물문화를 송두리째 바꾸고있다는 생생한 반증이다.

백화점 뿐만이 아니다.

명동일대의 의류전문점에서 옷을 살때, 구두가게에서 신발을 살때, 외식을
즐길때, 자동차에 기름을 넣을때, 가족들과 놀이공원에 놀러갈때도 상품권만
주머니에 넣고가면 만사형통이다.

상품권이 현금 신용카드에 이은 "제3의 화폐"로 소비생활 깊숙이
자리잡아가고있다.

공식허용 이전부터 시중에 유통되던 구두와 도서상품권을 비롯해 백화점
정유 의류 외식 등으로 상품권 종류는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문구류와 놀이공원 상품권도 나왔다.

문구전문업체인 모닝글로리가 전국 70여개의 직영점및 가맹점에서
통용되는 상품권 발행에 나섰으며 에버랜드도 상품권을 선보였다.

에버랜드 상품권은 입장권 구입은 물론 에버랜드안의 식당 선물가게에서도
현금대신 쓸 수있는 것이다.

요즘 소비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있는 신업태 할인점도 상품권 발매에
뛰어들었다.

일산 중동 대전등지에 하이퍼마켓 점포를 갖고있는 까르푸가 이미
상품권판매에 들어갔으며 회원제창고형 매장을 낸 마크로도 상품권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 백화점이 운영하는 프라이스클럽 E마트 킴스클럽등에선 이미
백화점상품권이 통용되고있다.

상품권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백화점상품권.

"선물중의 선물" "상품권의 꽃"으로 불리기도 하는 백화점상품권은 지난
한햇동안 서울지역에서만 5천80억원어치가 발행됐다.

서울지역 상품권의 총발행금액 1조1천5백69억원의 44%에 해당하는
규모다.

발행규모에서 2위를 차지한 구두상품권 발행액 2천5백52억원을
더블스코어로 눌렀다.

백화점상품권이 소비자들로부터 특히 인기를 끄는 것은 상품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 때문.

구두면 구두, 옷이면 옷 한 품목만을 구입할 수있는 다른 상품권과 달리
백화점내의 모든 물건을 구매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백화점상품권을 선물할
경우엔 받는 사람의 취향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백화점상품권에도 그러나 취약점은 있다.

점포수가 적어 서울등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용할 수없다는 점이다.

직영매장을 제외한 식당 서적등의 임대매장에선 사용하기 곤란하다는
점도 장애요인으로 꼽힌다.

백화점상품권의 이같은 약점을 파고들어 고정고객을 확보한 것이 도서
외식등의 상품권.

외식업소 상품권은 일정금액이 입력된 전화카드형태의 선불(PP)카드가
주종이다.

외식상품권은 10,20대들이 크리스마스나 생일때 선물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패밀리레스토랑 "TGI프라이데이스"의 경우 5만원 7만원 10만원등
3종류의 선불카드를 선보였다.

이 상품권은 전국 9곳의 체인점 어디에서나 통용된다.

TGI프라이데이스 마케팅팀의 이병철(이병철)씨는 "PP카드가 한달에
약 7천만원어치가 팔려 전체 매출에서 3%정도를 차지하고있다"며
"기업체에서 직원선물용으로 무더기로 사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도서상품권은 5천원 1만원권 등 두 종류로 값이 싸고 전국 6천여개
가맹서점에서 사용할수있는 광역성으로 쓰임새가 늘고있다.

특히 설날때 "세뱃돈 대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명절특수를 누리고있다.

도서상품권 발행을 맡고있는 한국도서보급 이동훈씨는 "작년 한해 판매량
1천1백만장중 2백만장이 설 직전 판매됐다"면서 "기업체나 관공서의
단체수요도 늘고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 강창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