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미국의 선거전에서도 정보는 승패를 가르는 관건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주지사 선거에 이르는 모든 선거의 후보진영에는
"지피지기"를 위한 전담팀이 운영된다.

바로 "경쟁상대 연구팀".

대놓고 부르면 "뒷조사팀"(OPPO;Opposition Research)이다.

OPPO의 임무는 경쟁후보의 뒤를 캐는 일.

물론 아군의 수장을 돋보이게 해줄 상대편의 약점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하지만 몰래 카메라나 도청같은 치사한 방법을 동원하진 않는다.

어디까지나 "공개된 자료"가 소스다.

과거발언, 기고문, 칼럼, TV발언..

산더미같은 자료에서 "티끌"을 뒤져낸다.

당적을 이리저리 옮겨다닌 "박쥐경력"은 더없는 대어.

투자내역, 정치자금등의 금전관계도 중요한 검토자료가 된다.

지난해 유력한 공화당 대선후보로 거론되던 패트 부캐넌은 당내 경쟁자인
돌후보측의 OPPO 덕에 쓴맛을 봐야 했다.

80년대 한 신문칼럼에 "여성은 선천적으로 남성의 경쟁상대가 못된다"고
썼던 것을 들춰낸 것.

여성 지지자들이 대거 떨어져 나간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와함께 자기편 후보의 흠집찾기도 중요한 책무다.

상대방이 걸고 넘어질만할 약점을 사전에 찾아내자는 것이다.

언제 공격을 받더라도 여유있게 대응할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이때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되면 출마를 포기하라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OPPO가 선거문화로 자리잡으면서 이는 신종 비즈니스로 각광받고 있다.

사설 OPPO 전문업체들도 해마다 늘고 있다.

현재 정식으로 등록된 OPPO는 1백여개.

하지만 미등록 업체까지 따지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날 것이라는게 중론.

이들은 한건당 보통 5천달러-2만달러의 "정보검색료"를 챙긴다.

선거가 몰린 96년의 경우 OPPO들이 벌어들인 액수는 3천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만하면 "선거산업"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물론 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OPPO가 정치판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캐더린 제미슨 펜실베니아대
언론대학원장)는 것이다.

하지만 OPPO들은 당당하다.

투표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공공서비스라는게 이들의 주장.

이른바 "흔들기"나 "떨구기"가 아닌 "정보제공"에 무게를 실어달라는
뜻이다.

공화당 진영의 베테랑 OPPO인는 케빈 스필레인씨(34)는 "OPPO가 찾아낸
정보중 실제로 공개되는 것은 10%정도"라며 이것이 유권자들에겐 비극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88년 주지사 선거에서 모민주당 후보가 12번이나 빚을 떼어 먹은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 후보측이 이를 선거운동에 이용하는데
반대했고 결국 패배했지요.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당선자는 지금은 가장
형편없는 주지사중 한명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김혜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