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북한을 탈출해 귀순한 재일북송교포 2세인 홍진희씨(28)의
일가족 3명이 최근 북한을 탈출, 중국을 거쳐 홍콩에 체류하면서 서울행을
준비중인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소식통에 따르면 홍씨의 어머니와 형, 남동생 등
일가족 3명이 수개월여동안의 치밀한 준비끝에 북한을 탈출하는데 성공,
중국을 거쳐 지난 17일께 홍콩에 도착, 관계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것.

귀순자의 북한내 일가족이 삼엄한 감시망을 뚫고 탈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이들이 서울에 도착할 경우 귀순자 가족들의 북한내 생활상과
재일북송동포들의 생활상을 생생히 증언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에 탈출한 홍씨 가족은 96년 1월 홍씨가 귀순하자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호천으로 강제이주됐으며 이곳에서 북에 남아 있는 여만철씨의
가족들과 함께 생활해온 것으로 전해져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당국은 홍콩에 있는 홍씨 가족들의 서울행을 위해 홍콩당국과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귀순한 홍씨는 지난 69년 북한 함흥에서 출생, 방직공장.요업공장
노동자를 거쳐 북한군 제2군단 수산기지 지도원을 하다 92년 제대한 뒤
93년 3월 중국으로탈출,홍콩을 거쳐 96년 1월 귀순했으며 올해 고려대
중어중문학과에 특례입학생으로 재학중이다.

홍씨의 부친과 조부는 일본에서 생활하다 지난 61년 북송선을 타고
북한에 정착한 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