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하면 니코틴이 연상된다.

니코틴이 빠진 담배는 그야말로 유명무실이다.

하지만 니코틴이 원래부터 무슨 화학성분을 지칭하는 말은 아니었다.

16세기중엽 프랑스에는 장 니코 (Jean Nicot)라는 유능한 외교관이
있었다.

그는 당시 무료한 유럽의 귀족들에게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멋을
유행시키기 위해 담배씨를 도입하여 재배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크게 히트하여 돈도 많이 벌고 기호품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게되었다.

그 이후 그의 이름을 따서 니코틴이 담배의 총칭이 되었으며 이어서
담배주성분의 이름으로까지 변모하게 되었다.

담배가 폐암을 유발하고 니코틴에 중독성이 있다는 점이 인정되어
담배산업은 이제 큰 위기에 직면했다.

"체스터필드" "라크" 등을 생산하는 미국 제2위의 담배회사 리케트가
스스로 담배유해론을 고백하고 막대한 피해보상금을 내기로 굴복한 것이다.

얼마전 미국에서 출판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존 그리샴의 소설
"사라진 배심원" (Runaway Jury)에서 그린 담배소송사건이 실제 법정에서
실현된 셈이다.

담배회사들의 변명은 "누가 담배를 강요했는가, 성인들이 담배가 해로운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피운 결과를 왜 남이 책임져야
하나"라는 논지이다.

또한 흡연자의 10%만이 암에 걸리는 확률인데 나머지 90%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는 항변도 늘어놓는다.

담배유죄론측은 "왜 담배회사들은 중독성을 유발하는 니코틴 함량을
낮추지 않는가, 과연 중독자들에게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한가"라고
논박한다.

건장한 카우보이가 멋들어지게 담배피우는 장면을 광고하여 청소년들을
중독시키고 거기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자유선택"과 "중독론"으로 공방을 거듭하던 담배시비는 일단 중독론이
판정승을 거두기 시작했다.

끽연자 죄인취급풍조를 신종 파시즘이라고까지 평한 사람도 있지만
이같은 담배유죄론은 앞으로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 틀림없다.

국내의 금연단체에서도 미국의 담배유죄판정에 따라 흡연자피해구제에
나설 모양이다.

독점 생산기관인 담배인삼공사의 대응이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