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에 대한 "대수술"이 시작됐다.

세계은행의 만성적자와 관료 체질개선을 위해 "해결사"를 자임한
올펜손 총재가 "전략적 압축"이란 구조조정 계획을 전격적으로 선언하고
나섰다.

전략적 압축의 핵심은 인원정리.

오는 20일은 올펜손 계획에 대한 세계은행 이사회의 승인이 내려지는
날이다.

멀록 브라운 세계은행 대변인은 14일 "그동안 총재의 구조조정안을
경영진과 이사진이 충분히 검토, 조율했기 때문에 이사회의 승인이
떨어지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조조정안은 이사회를 통과하는데로 오는 7월 시작되는 98년
회계연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현재 예상되는 인원삭감규모는 6백여명.

세계은행 전직원의 6%에 해당되는 인원이다.

더불어 개발도상국등에 주어지던 차관에 대해서도 "엄격한 심사와
사후관리"를 위해 대대적인 감사도 실시된다.

이 작업은 앞으로 3년에 걸쳐 계속되며 반년에 한번씩 진행상황을
이사회에 통보하게 된다.

최종목표는 2001년부터 한해 운영예산을 금년 수준으로 동결시키는 것.

올펜손 총재는 막상 칼을 빼들었지만 6백여명이나 해고하는데 필요한
거액의 퇴직금 준비를 놓고 고심중이다.

당초 예상됐던 1인당 평균퇴직비용은 25만달러.

그러나 멀론 대변인은 "구조조정비용을 줄이기 위해 퇴직금을 1인당
평균 20만달러로 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1억2천만달러가 퇴직금으로 나간다.

퇴직금 재원을 포함해 세계은행이 이사회에 올린 구조조정비용은 총
2억5천만달러다.

이같은 막대한 비용을 조달하는데 이사국중 하나인 미국측이 제동을
걸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미국민의 세부담이 가중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세계은행측은 이에대해 구조조정자금의 상당부분을 세계은행 수입으로
충당할 것이라고 응수하고 있다.

올펜손 총재가 모험을 하기로 작심하게 된 배경은 세계은행이 처해있는
위기상황이다.

세계은행은 그동안 개도국에 장기저리의 차관을 제공해왔으나 대부분
경제개혁에 실패, 한번 나간 자금이 좀처럼 회수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세계은행 차관의 효율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와 비판이
거세진 것이다.

5개 개도국 지원기구를 총괄하는 곳인 세계은행의 체질개선이 없는 한
개도국지원도 차츰 멀어져 갈 수 밖에 없다.

칼자루를 치켜세운 올펜손의 성공여부에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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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은행 구조조정의 악역을 자임한 제임스 올펜손 총재(64).

그는 호주 태생으로 시드니 대학을 거쳐 하버드에서 경영학석사 (MBA)
학위를 받았다.

본업은 국제투자은행가.

국립극장인 케네디센터와 뉴욕 카네기홀의 회장으로 있는 동안
관료주의의 비효율성을 도려내는 "수술가"로 주가를 올렸다.

주인없는 곳처럼 느껴졌던 기관들이 그의 손을 거치며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반발을 무릅쓰고 시작한 세계은행 수술에서도 성공을 거둘지 관심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