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당직 개편이 전국위원회 개최 이틀을 앞둔 11일까지도 그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3.5 개각"을 앞두고 총리 부총리 등 발탁인사들이 자연스럽게 가시권에
들어온 것과는 달리 대표위원을 고르는 첫 단추가 끼워지지 않아 마지막까지
혼미한 상태로 가고 있다.

개각과 달리 당직 인선이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은 당총재인 김영삼 대통령
이나 대표물망에 오른 인사들이 모두 연말 대통령선거와 이에 앞선 당내
경선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새 대표의 역할에 대한 여권핵심부의 의중은 차기대표가 공정한 경선
관리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또 당을 추스를수 있는 "힘있는 대표"여야 한다는데 여권핵심부 인사들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혼미를 거듭하는 것은 일찍부터 적임자로 거명되던 이한동 고문
의 경우 경선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고 대표에 발탁될
경우 경선을 포기할 것으로 보이는 최형우 고문은 민주계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어 낙점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강인섭 청와대 정무수석은 10일 "새 대표 인선은 여권의 경선구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강수석의 발언은 결국 새 대표를 맡을 사람은 그 누구든 대권에 대한 뜻과
미련을 버려야 한다는 여권핵심부의 확고한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강수석은 특히 차기대표에 가장 근접해 있는 이고문을 겨냥, 김대통령이
"관리형 대표"로 이고문을 염두에 두어왔다면서 "그분이 경선관리에만 전념
한다면 대표로 지명받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제3의 인물이 기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고문이 대표직을 맡기 위해선 경선출마 포기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고문은 11일 아침 염곡동 자택에서 "여당이 하루빨리 민심을
돌리고 국민을 안심시키며, 그 토대위에서 경선문제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당이 당장 해야할 일이 마치 경선관리에만 있는 것처럼 비쳐져
서는 안될 것"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이고문의 말은 경선출마 포기를 전제로 한 대표직은 수락할수 없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여권핵심부는 이고문의 "대안"으로 최형우 김명윤 고문
과 김종호 의원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주계인 최.김고문은 최근 김대통령과 독대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으나,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최고문은 자신의 대표기용설에 대해 "나는 대표직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못박으면서 오히려 경선출마 의지를 강력히 내비쳤다.

그럼에도 현재 당내외 사정을 감안할때 최고문이 "제3의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당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한보사태 등으로 침체상태에 빠져 있는 당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힘있는 대표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점에서 이고문
이 탈락될 경우 최고문이 유력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이만섭 이수성 고문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이만섭 고문은 특유의
"직언스타일" 때문에, 이수성 고문은 원외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원내총무는 일단 전원 교체될 것이 거의 확실시
되는 가운데 새대표에 누가 기용되느냐에 따라 계파및 지역 안배 차원에서
인선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와 총장직은 민주계와 민정계에 하나씩 배분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이한동-서청원, 이한동-박관용, 최형우-강재섭 카드가
유력한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리형 대표가 나올 경우 본인의 강력한 고사에도 불구하고
강삼재 총장의 유임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또 원내총무에는 김진재 박희태 하순봉 의원이 거명되고 있으나 김.박
두 의원쪽에 무게가 실린 분위기다.

특히 김의원은 당초 정책위의장쪽에 거론됐으나 총무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으며 이한동고문이 대표가 될 경우 발탁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일부는 강재섭 의원이 총장직에서 배제될 경우 T.K 배려 차원에서 원내총무
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밖에 정책위의장에는 김중위 백남치 이해구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