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여야합의로 새노동법이 마련됐다.

이법은 기존 노동관행과 의식을 바꾸는등 산업현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새 노동법 시행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시리즈로 짚어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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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재개정으로 우리산업현장이 이제 새로운 노사문화시대를 맞았다.

노조의 자율성이 확대되고 불합리한 교섭관행은 상당부분 사라지게 됐다.

또한 고용시장이 유연화돼 기업들의 생산활동은 더욱 활성화되는등 노사
문화 전반에 대대적인 변화의 물결이 밀려들 전망이다.

변형근로시간제가 도입되고 복수노조가 허용되며 무노동무임금원칙에 따라
무분별한 파업은 제한을 받게 된다.

또 근로자들은 단결권이 크게 보장돼 노동운동할 맛이 나고 기업들은
생산활동을 위한 운신의 폭이 한층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새노동법 시행은 새로운 노사관계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사실 새노동법 곳곳에는 불신과 갈등의 대립적 관계를 청산하고 참여와
협력의 생산적 관계를 구축할수 있는 각종 제도들이 명시돼 있다.

예컨데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 노조의 경영참가 확대, 파업기간중
대체근로허용, 무노동무임금원칙확립, 정리해고제등은 온정적이고 의존적인
우리나라의 불합리한 노사관행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노동현장에도 과거의 산물인 통제와 강요대신 자율 선택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새노동법이 대립과 갈등을 겪는 사업장의 노사관계를 하루아침에
참여와 협력적 관계로 바꾸어 놓지는 못하리라는 분석도 있다.

무분별한 노조의 쟁의행위를 법적으로 제한하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더라도 노사 당사자의 의식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노사관계개혁위원회의 김성중 사무국장은 이와관련, "복수노조허용,
정리해고제, 대체근로허용등은 참여와 협력적 노사관계를 펼치기 위한
제도적 장치에 불과하다"며 "생산적 노사관계가 현장에 뿌리내리기 위해선
이를 뒷받침할 제도의 시행도 중요하지만 노사당사자의 의식변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95년 이후 전국산업현장으로 확산된 노사화합바람도 법과 제도문제
이전에 노사당사자의 의식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과거 소모적이고 대립적인 노사관계에 싫증을 느낀 많은 근로자들은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이같은 인식이 협력적 노사관계가 뿌리내리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쌍용자동차 현대그룹계열사, 기아그룹계열사 노조등 그동안
강성으로 평가받아온 많은 사업장들도 노사간 인식의 변화로 협력적 노사
관계를 외부에 과시하기도 했다.

지난 53년 제정된 이후 44년만에 전국민적 관심속에 추진돼온 노동관계법이
비록 노사간 합의에 의한 개정에는 실패했지만 여당과 야당의 합의로 국회
에서 재개정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참여와 협력의 노사관계발전에도 일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산업현장은 이제 노사관계의 새틀을 짜게될 새노동법의 시행으로
커다란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됐다.

그러나 앞으로도 노사가 서로 자기의 목소리만을 고집할 경우 노동법개정과
정에서 빚어졌던 대혼란이 또다시 재연될수 있다.

새노동법은 국가경쟁력강화와 근로자의 삶의질 향상이라는 대명제하에
개정됐다.

따라서 비록 노사 양측이 서로 불만을 갖고 있더라도 참고 새로운 노사
문화에 적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래야만 참여와 협력을 통한 생산적 노사관계가 빠른기간안에 정착돼
기업의 생산성이 크게 높아지고 근로자의 삶의 질도 더불어 향상될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의 관행과 의식을 하루빨리 떨쳐버리고 새로운 노동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노사 모두에 절실한 시점이다.

< 윤기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