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김영신도 그 비앰더블류가 늘 마음에 걸렸다.

상당한 졸부 패트런이 없이 저런 고급차를 타고 다닐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녀의 궁금증은 언제나 그가 뽐내는 그 차에 있었다.

그리고 친하게 되면 언젠가 그 차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었다.

아니, 사실은 어떤 돈 많은 애인이 있는가를 알아내고 싶었다.

그것은 그가 너무나 빼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집이 부자가 아닌 이상, 아직 인도어의 골프 코치인 그가 어떻게 그런
차를 탈 수 있는가 큰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헤어지려고 바른손을 내민 그에게 지영웅코치가 아주 슬픈 듯한 얼굴로,
"결국은 헤어질 시간이 왔군요.

나는 언제나 마음에 드는 여자를 보면 저 여자와 매일 같이 자고 먹고
아침에 일어나서 굿모닝 키스를 할 수 있는 운명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미련한 생각을 한답니다"

지영웅이 그냥 호감을 표시하기 위해 한마디 해 본 소린데도 김영신은
그말에 감격하면서, "지코치 지금 그 말 진정 나를 감동시킨다"

그러면서 반신반의하는 신비스런 미소를 띄운다.

그녀는 지금 그의 말이 사실 거짓이라 하더라도 그 말이 너무나 마음에
와 닿는다.

지코치의 말은 어디까지나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멋있는 세리프도 진실이 아니면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는 사실 얼른 결혼을 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그것도 진심이었다.

생일선물을 가슴에 꼭 안은채 그는 자기가 하는 말이 지금 진실임을
스스로가 인정한다.

"지코치는 정말 착한 사람 같아요"

착하기는 착하지, 그건 잘 봤습니다.

그러나 나같은 놈에게 누구 제대로 된 여자가 오겠어요.

나같이 천한 놈에게....

"김사장님, 다음 금요일에도 시간을 할애해 주실래요"

"애인이 없어요? 정말?"

"네, 나는 거짓말은 죽어도 못해요. 싸나이가 오죽 형편 없으면 거짓말을
하겠어요?"

"그래요?"

그녀는 너무나 의외의 사실에 귀가 쫑긋한다.

이렇게 잘난 젊은애가 일주일의 황금 같은 금요일을 자기와 만나자니
너무나 큰 행운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기의 힘든 경제적 사정과 남편의 변심때문에 약간
초조한 입장이다.

"내가 지코치에게 수요일 쯤 전화를 넣으면 안될까요"

그러자 지영웅은 볼부은 얼굴이 된다.

그는 언제나 약속을 하면 하고, 안하면 안하는 단도직입적인 스타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