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인력을 물색해놓고 원하는 기업에 소개해준뒤 거액의 소개료를 받는
이른바 헤드헌팅(고급인력 소개업)이 국내에도 본격 도입된다.

이에따라 기업이나 연구소의 고급인력이 헤드헌팅업체의 소개를 받아 보다
나은 고용조건을 제시하는 곳으로 직장을 옮기는 일이 잦아지게 됐다.

노동부는 5일 경영이나 기술분야 최고급인력이 적재적소에 원활히
공급되도록 하기 위해 현재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헤드헌팅을
양성화하고 소개요금 상한을 없애 원칙적으로 요금을 자율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이를 위해 직업안정법에 의거, 노동부장관이 고시하는 유료직업
소개요금에 관한 고시를 연내에 여론수렴을 거친뒤 개정키로 했다.

헤드헌팅이란 최고경영자나 간부 고급기술자 과학자 등 고급인력을 물색해
놓고 있다가 필요한 기업에 소개해주고 소개료를 받는 사업.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성행하고 있고 우리나라에는 지난 86년
처음 도입됐다.

현재 국내에는 보이든, TAO코리아, 유니코서치 등 10여개업체가 성업
중이며 헤드헌팅시장은 지난해 1백50억원에 달했고 매년 50%이상 급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내년 1월1일 인력공급사업 시장개방을 앞두고 콘 페라 인터내셔널,
에곤 젠더 인터내셔널, 스펜스 스튜어트 등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헤드헌팅업체들이 한국 진출을 노리고 있다.

노동부가 헤드헌팅을 양성화하기로 한 것은 고급인력 소개가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끊임없이 "불법 스카웃" 시비가 일고 터무니없이 많은
소개료를 받고 있기 때문.

현행 노동부고시에는 직업소개업자는 소개 근로자의 고용기간에 따라 첫
월급기준으로 구인요청업체로부터 4~12%, 구직자로부터 2~8%의 소개료를
받게 되어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소가 이 규정을 따르지 않고 구인업체로부터 소개
근로자 연봉의 20~30%를 받고 있다.

노동계 전문가들은 헤드헌팅이 양성화되면 신규참여업체가 속출하고
소개요금도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노총중앙연구원 어수봉 원장은 "대기업의 경우 그룹내 광고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광고회사를 설립하듯 경쟁적으로 헤드헌팅 계열사를
신설해 고급인력 채용을 전담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력소개업자들은 헤드헌팅 양성화 방침을 반기고 있다.

헤드헌팅업체 유니코서치사의 김형진 사장은 "헤드헌팅은 파출부나
청소부를 소개하는 단순직업소개업과는 달리 구인업체측과 심도있는 의견
교환을 거친뒤 적정인력을 찾아 소개해주는 일종의 경영자문"이라고
설명하고 "선진국 가운데 일본을 제외하곤 헤드헌팅을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H그룹 노무담당임원은 "헤드헌팅을 양성화하면 경쟁사 영업비밀이나
첨단기술을 빼내기 위해 고급인력을 스카웃하는 일도 많을 것"이라면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