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금융.자본시장이 외국투자가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주식및 채권의 발행과 유통시장 기반이 그럭저럭 정비됨에 따라 작년이후
미국과 유럽의 펀드를 중심으로 한 자금이 대량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 유동자금의 2~3%가 러시아 주식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월스트리트유럽)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식시장은 지난해 신흥시장중 가장 높은 1백56%나 급등했다.

대표적인 주가지수 MT지수(50개 우량기업 주식으로 구성)는 올들어 단
한번의 하락도 없이 잇따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50%이상 급등하고 있다.

옐친대통령의 건강악화등 악재도 있었으나 상승세를 꺾진 못했다.

러시아의 나스닥(미장외시장)이라고 불리는 러시아거래시스템(RST)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투자가는 주가의 움직임을 무시하고 사는데만 질주하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RTS는 투자가층의 확대를 위해 기존 24개종목에 새롭게 46개종목으로
구성된 2부시장을 창설했다.

러시아주식의 인기는 미국예탁증서(ADR:미금융기관이 발행한 외국증권에
대한 예탁증서)의 발행확대와 그 궤를 같이한다.

우선 ADR에 투자하면 결제와 보관에 따르는 리스크를 피할수 있어
외국인들이 안심하고 투자할수 있다.

또 ADR 발행기업은 일반적인 러시아기업들과 달리 정보공개에 대한 거부감
이 적어 경영실태의 파악도 쉽다.

그래서 미국등의 기관투자가들은 ADR을 러시아주식에 대한 가장 좋은 투자
수단으로 판단, ADR발행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ADR을 발행한 기업은 13개사.

올해안으로 10여개사가 더 발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가을 세계최대 천연가스회사 가즈프롬사의 ADR발행을 계기로
외국인들의 ADR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또 지난해 11월 휴대전화회사인 빈펠콤이 러시아 기업 최초로 뉴욕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 러시아기업에 대한 신뢰감을 높인 것도 외국
투자가들을 러시아로 불러들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채권발행도 확대일로에 있다.

작년말 정부가 최초로 유로달러채를 발행하자 유럽과 미국의 투자가외에
한국으로부터의 수요도 많아 당초예상의 2배에 달하는 10억달러를 조달할수
있었다.

이에 힙입어 3월중 10억마르크의 유로마르크채도 발행할 계획이다.

단기국채시장에서는 이미 외국투자가가 거래의 20%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민간에서는 최대상업은행인 오네크심뱅크가 올들어 유로달러채를 통해
5천만달러를 조달했다.

러시아기업이나 은행이 유로시장에서의 자금조달한 것은 전에 없었던
일이다.

러시아 투자에 따른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도상의 미비점등으로 인해 주주권리를 침해당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96년 10월말 러시아 최대석유업체 스르그트네프체가스사는 돌연 "자회사의
보통주 5천만주를 액면가로 발행해 모두 취득했다"고 발표해 기존주주들로
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 회사의 주가는 96년 한햇동안 4배나 올랐는데 회사측이 과반수지분을
확보키 위해 외부주주에게 알리지 않고 주식을 발행한뒤 전격 인수해 버린
것이다.

연방증권위원회가 중재에 나서 기존주주에게 보유비율에 따라 추가발행주식
을 싸게 인수할수 있도록 해 분쟁은 수습됐다.

또 외국인이 개인자격으로 주식을 거래하려면 러시아어와 영어로 매매허가
를 증명하는 문서를 변호사를 통해 매일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구미의 은행과 증권회사가 이런 업무를 대행하고 있고 정부측
도 제도개혁에 적극 나서고 있어 투자가의 위험이나 불편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94년 정부의 국영기업 1차민영화조치가 끝날 무렵 한때 외국인 투자
붐이 일었지만 주주권등을 둘러싼 문제가 터지면서 붐은 사그라졌다.

이에비해 최근의 투자붐은 러시아가 자본.금융의 유력한 이머징마켓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 장진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