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일은 음식 만들기와 같아요.

맛있어야 먹지요.

소설은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합니다.

순수문학만 고집하면 독자에게 외면당해요.

내가 소설속에 유머를 넣는 등 흥미롭게 꾸미려 노력하는 것도
이때문이죠"

영국의 인기작가 페이 웰던이 국내작가 박영숙씨 (주한 영국대사관
공보관)와의 대담에서 밝힌 문학관이다.

문학계간지 "라쁠륨" 봄호는 영국문학의 현주소와 소설의 미래,
한국문학과의관계 등을 폭넓게 논의한 두사람의 대담을 실었다.

웰던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현대문학이나 21세기문학 모두 쉽고
재미있으면서 감동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

"소설뿐만 아니라 방송드라마도 많이 썼어요.

내 생각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서죠. 부커상 수상자들은
대중에게 많이 읽히면서 순수문학적 가치를 지닌 작품을 썼어요"

그는 한국의 문학상과 등단제도등을 꼬집으면서 "어려운 작품이나 수려한
문체, 낯선 말장난에 높은 점수를 주는 심사기준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경쟁에서 불리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인터넷정보가 아무리 유용해도 소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소설은 인간의 상상력에서 나오는 것이며 단순정보보다 심성이나 사상에
무게를 두기 때문이라고.

"사람들은 영화나 TV드라마보다 소설을 통해 인생과 도덕 윤리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소설은 "사색"하게 하는 수단이죠" 그는 작가의 첫째요건으로 "체험"을
꼽았다.

"훌륭한 작가는 재능과 경험을 겸비해야죠. 물론 행운도 따라야 하구요.

젊어서 훌륭한 작품을 쓴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죠. 적어도 10년이상
사회경험을 쌓는 것이 좋습니다.

나도 30대중반에야 쓰기 시작했어요.

감성에 이끌리던 삶이 조금은 정리되고 인생관이나 철학이 생기는
"때"를 기다린 거죠"

20대에 돈과 명성을 얻은 작가는 더이상 글을 쓰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는 아직도 펜으로 소설을 쓴다.

글쓰기는 손과 가슴,정신이 함께 하는 작업이라는게 그의 지론.

컴퓨터에 비해 훨씬 편하고 익숙한데다 전원이 필요없어 기차에서도
쓸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그는 그간 여성의 시각으로 본 세상을 주로 그렸지만 페미니스트작가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엔 여성이 너무 대접을 못받았기 때문에 권익옹호를
부르짖었는데 최근엔 오히려 남성들이 힘을 못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고개숙인 남자들이 힘을 되찾고 강해져야 한다는 남성해방소설을
써볼까도 생각중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