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사들의 글로벌 생산전략이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

컬러TV 냉장고 등 전통가전은 물론이고 에어컨이나 핵심부품 공장들도
잇따라 해외에 지어지고 있는 것.

전자레인지나 컬러 TV 등 일부 품목의 경우 벌써 국내 생산비중을 앞질렀다.

완성품 메이커 뿐만이 아니다.

부품업체들도 잇따라 해외에 공장을 짓고 있다.

진출지역도 과거 동남아 중국 등에서 유럽 영국 미국 등 이른바 선진국
시장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가전사들의 해외공장은 "시장 있는 곳에 공장 있다"는 원칙에서 나온다.

그 핵심전략은 "복합화"와 "현지화"다.

삼성의 영국 윈야드 단지와 멕시코 티후아나 단지는 모두 설계 당시부터
복합화 개념을 갖고 지어진 것이다.

LG전자의 인도 복합전자단지나 대우전자의 폴란드가전단지 등도 마찬가지다.

복합화를 통해 물류 부품조달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게 이들의
판단이다.

또 다른 한 축은 현지화다.

현지형 상품으로 해당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이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선 주로 현지 시장 공략에 이같은 현지화전략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인도나 멕시코 등 후진국시장에선 현지 시장 공략과 함께 현지인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관건이다.

현지 연구개발(R&D)센터를 세우는 것 역시 현지화 전략의 일환이다.

현지판매 현지애프터서비스에서 현지연구개발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전자산업진흥회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자업계는 96년말 현재 1백67개 해외
생산법인을 갖고 있다.

지난 90년까지 44개 해외법인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5년만에
1백23개의 공장이 증가한 것이다.

이중 아시아 지역이 1백17곳으로 전체의 70%를 웃돌고 있다.

분야별로는 가전제품 생산법인이 71개,정보통신 관련 현지 법인은 16개,
산업용 전자기기 공장은 3개등이다.

판매법인은 1백여개가 있다.

유럽이 34개소로 가장 많고 아시아 25개, 북미 21개, 중남미 11개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성장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동지역과 중남미 지역은 판매
법인도 크게 느는 추세다.

해외 연구소의 설립도 활발하다.

미국이 15개소로 가장 많고 일본과 EU가 각각 6개, 러시아 3개 등 총
30여개소에 이르고 있다.

이중 미국과 일본에 위치한 연구소는 멀티미디어 등 차세대 핵심기술
확보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반해 EU지역 연구소는 대부분 현지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러시아에는 정보통신 관련 기술과 기초기술 요소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소가
설립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도 이스라엘 등지에도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소를 세울 계획이다.

LG 등은 전세계 주요국가에 생산.연구 포스트를 구축해 현지 마케팅과
기술교류를 추진중이다.

반면 전자부품업체들은 주로 가전3사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춰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최근 세트메이커와 부품업체간의 동반진출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결국 가전업계의 글로벌전략은 저임금이나 반덤핑 회피를 위한 소극적
전략에서 탈피, 현지 경영을 통한 적극적인 현지 시장 공략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가전업계가 이같이 해외로 진출하는 것에는 적지 않은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국내 핵심산업인 전자산업의 "공동화"라는 문제가 그것이다.

이는 결국 국내 전자산업에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요인이 된다.

주요 가전사들이 이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국내
전자산업의 지도는 새롭게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가 글로벌 경영의 페달을 제대로 밟아 세계화의 열매를 따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뜻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일자).